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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2024 CEO열전]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 신사업 강화로 ‘재도약’ 박차

모바일·유튜브 등 탈TV 전략 가속화···벨리곰 등 IP 사업 강화
가상인간 ‘루시’ 앞세워 AI 전환 등 신사업 속도

[FETV=박지수 기자]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전무)가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출수수료, TV 시청자수 감소 등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김 대표는 모바일·유튜브 등 탈TV 전략을 가속화하고 ‘벨리곰’, 가상인간 ‘루시’ 등을 앞세워 재도약 기틀 마련에 나섰다.

 

1967년생인 김 대표는 경북사대부고와 홍익대(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김 대표는 1995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뒤 2007년 롯데홈쇼핑 감사팀장을 맡으며 롯데홈쇼핑에 합류했다. 그는 롯데홈쇼핑 전략기획부문장과 경영지원부문장, TV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홈쇼핑 전문가’로 2022년 12월 19일 마침내 롯데홈쇼핑 지휘봉을 잡았다. 인사 발표 당시 롯데는 “김 대표는 기존 홈쇼핑 영역을 뛰어넘어 미디어커머스 리딩 기업으로서 본격적인 혁신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별도 취임식 없이 송년 행사를 겸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김 대표는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탄탄한 기본기를 중심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회사를 만들 것”이라며 “경직된 문화를 타파하고, 유연하게 협력하고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2015년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직원 배임 행위 보고를 빠뜨렸다는 이유로 지난해 2월부터 6개월간 매일 새벽시간대 방송(오전 2~8시) 송출이 중지됐다. 송출 중단으로 매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리스크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김 대표는 창립 22주년을 맞아 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가치로 ‘씨드(SEED)’를 제시했다. 씨드에는 빠른 실행과 도전(Simple & Speed), 핵심 집중(Efficient) 기본기 강화(Empowerment), 다양성 존중(Diversity) 등 세부 방향을 설정하고, 위기일수록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서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담겼다.

 

최근 홈쇼핑업계는 TV 시청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송출수수료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송출수수료란 TV홈쇼핑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방송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내는 비용으로 일종의 자릿세를 뜻한다. 지난 2022년 기준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 비중은 49.4%로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홈쇼핑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1조9065억원으로 이는 방송 매출의 65.7%에 달한다. 홈쇼핑을 통해 100원을 벌면 65원을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떼어주는 셈이다.

 

이에 김 대표는 TV홈쇼핑을 넘어 ‘미디어커머스’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메타버스·인공지능(AI)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도 롯데그룹과 주파수를 맞췄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은 신사업 육성을 위한 사내벤처를 운영하고, 아이디어 토론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임직원 아이디어를 활용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2월 미디어, 콘텐츠,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 사내벤처를 모집했다. 이를 통해 기존 신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제안된 아이디어는 신사업 발굴, 내부 시스템 개선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캐릭터 지적재산권(IP) 등 기존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2018년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인기 캐릭터 ‘벨리곰’이 대표적이다. 당시 2년차 직원의 아이디어로 등장한 벨리곰은 특유의 선하고 귀여운 이미지, 독창적인 콘텐츠, 초대형 공공전시 등을 통해 인기 캐릭터로 거듭났다. 지난해 말 기준 벨리곰 굿즈는 100여종에 이르며 누적 IP 사업 매출은 200억원을 넘겼다. 롯데홈쇼핑은 벨리곰 IP의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벨리곰 유튜브 채널 구독자 중 40%가량은 해외 구독자다. 

 

지난달에는 가상인간 ‘루시’가 출연하는 패션 프로그램 루시톡라이브(Lucy Talk Live)를 첫 선보였다. 루시톡라이브는 가상인간 루시가 쇼호스트 없이 단독 출연해 상품 판매와 함께 고객과 소통한다. 이를 위해 루시 AI 아바타를 구현하고 음성합성(TTS) 기술로 제작된 목소리를 송출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첫 방송 실시간 채팅 수는 동시간대 방송 대비 5배 이상 늘었고, 주문 건수 역시 방송 4회 만에 약 3만건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가상인간 루시는 자동차 마케터, 홍보모델, 엔터테이너 등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판매 채널 다각화에도 속도를 낸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유튜브 예능 채널 ‘내내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내내스튜디오를 통해 아티스트, 개그맨 등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이색 예능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는데, 내내스튜디오의 누적 조회수는 1700만뷰가 넘는다. 내내스튜디오를 즐기는 전체 시청자 중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는 70%에 달한다. 이외에도 올해 신설한 ‘니치마켓소싱팀’을 중심으로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기존 TV홈쇼핑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이색 상품을 지속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직급, 직책 호칭 제도를 폐지하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 직원이 상호 ‘님’ 호칭을 사용하는 ‘통일호칭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롯데홈쇼핑은 대표이사부터 임직원까지 수평적 소통을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호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고 문화, 일하는 방식, 교육 제도 등을 개선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김 대표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