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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살리는 사람들, 술샘을 찾다

- 술샘 신인건 대표, "전통주를 널리 보급하고 싶다."

영동고속도로 양지 IC와 인접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곳에 술샘의 사옥이 있다. 술샘의 건물 안에 들어서면 술 사업을 하는 곳 답게 진한 누룩향기가 난다. 사옥 안에는 전통주 관련 체험장과 교육장이 마련되어 있고 지하에는 전통주 제조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술샘의 1층은 카페 ‘미르’ 가 운영되고 있으며 사옥 전체가 데이트 코스로 참 좋다. 연인들이 와서 커피 한잔을 마신 뒤 ‘미르’주 나 ‘술취한 원숭이’ 막걸리를 맛 보기에 좋을 듯 싶다.

술샘에서 주로 하는 일이 발효나 누룩 전통주를 제조하는 곳이다 보니 향후 카페 ‘미르’ 도 일본에서 성황하고 있는 식초카페로도 변모될 가능성이 보인다. 술샘은 이미 막걸리 ‘이화주, ‘백설공주, 전통증류식 소주 ‘미루’ 등으로 유명해 졌는데 술 제조는 철저하게 문헌에 근거해서 전통주를 복원하고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술샘의 신인건 대표는 국내 최초로 붉은 누룩으로 발효한 막걸리를 출시하기도 하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술샘의 신인건 대표는 기본적인 성공요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술을 좋아했기에 주류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현실로 이루어졌다.

(사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술샘 외부 / 사진 = 조양재 기자 술샘이라는 이름은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의기투합해서 지었다. 전통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교육도 같이 한다는 생각으로 술선생을 떠올렸고 이걸 줄여서 술샘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술선생이라기 보다 좋은 술이 샘솟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신대표가 전통주 사업을 하게 된 것은 누룩이나 만들어서 공부 좀 해보자는 하는 마음이 시작이었다. 그 작은 시작이 큰 꽃을 피웠다. 이제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길을 빨리 걸어왔다.

술샘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완주군 한지 마을에 증류소주 2천병을 납품하게 된 일 때문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입찰을 넣었는데 낙찰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증류소주 면허도 없었고 증류기도 없었다. 한 겨울이라 술을 만들 수 있는 온도도 적절치 않아서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차피 나중에 우리 이름으로 술장사를 할 거면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팀을 짰다. 한 팀은 발효주를 만들고 다른 한 팀은 증류주를 만들게 했다. 전통주 제조 면허도 납품기한 마지막 날 오후 11시에 가까스로 발급받았다. 곧바로 완주까지 달려가 납품을 완료했다. 10월에 발주를 받아 이듬해 1월20일에 납품을 했으니 하늘과 땅이 도와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모든 일들이 의외로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발효증류도 잘 되었고 15일마다 발효주도 규칙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작업공간도 없어서 조그만 세차장을 빌렸고 한겨울 추위를 이기며 포장작업을 했다. 그 일 이후로 신대표는 점점 자신감이 붙었고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저금리 농업정책자금을 지원받아 6천평 용인 부지에 신규 설비 투자도 했다. 이로 인해 대량생산도 가능해졌다.

“ 생각만큼 잘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브랜드도 많이 알려져서 내년에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 전공이 사실 기계다. 기계 분야에서 10년 일을 했고, 건축분야에서도 한 10년 일을 했다. 농사도 한 5년을 했는데 농사를 하면서 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 전에도 술을 담가 먹기는 했다. 옛날에는 다 밀주를 담가 먹었다. 술을 담가 먹다 보니 제대로 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누룩을 왕창 사다 놓고 시작을 했다. 술을 만들려면 누룩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가 스스로 누룩을 만들어야 한다. 저는 정말 술 사업을 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투자비용에 비해 수입이 넉넉하지 않아 마음이 무겁긴 하다. ” 신 대표의 솔직한 고백이다.

떠 먹는 막걸리 ‘붉은 원숭이’ 개발

술샘 제품 중에 특이한 것으로 떠 먹는 막걸리가 있다. 이 술은 ‘우리술 품평회’ 에 출품되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500여개의 막걸리 중에서 장녀상을 받았다. 최근에 새롭게 개발한 막걸리로 <붉은 원숭이>가 있다. 이 술은 지난 2월 경기도농업기술원(원장 임재욱)에서 술샘에 기술 이전한 “홍국 발효주 제조기술” 을 이전 받아 제조하게 되었다. 술 원료는 누룩곰팡이(monascus purpureus)로 발효시켜 만든 붉은색 쌀인 ‘홍국’을 사용하여 붉은 빛을 띈다. 홍국은 보통 밥을 지어 누룩 가루를 넣고 따뜻하게 띄운 다음에 더운 기운을 빼고 볕에 말려서 전통적으로 약술, 곡주(穀酒)를 담그는 데 사용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효과가 있는 모나콜린 K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술샘에서 출시한 브랜드는 ▲생막걸리 "술취한 원숭이" ▲살균막걸리 "붉은 원숭이" 가 있으며 모두 붉은색을 띄고 있다. 막걸리 병도 일반 플라스틱 병을 사용하지 않고 유리병에 담아 세련된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디자인 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신 대표는 대량 제조하는 일반 막걸리와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고급화 전략으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쌀은 사옥이 위치한 용인지역에서 나오는 쌀만을 사용하여 농가소득을 올리는 활동에도 기여하고 있다. 술샘은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외에도 누룩소금, 천연 발효식초 등을 개발하여 소비자에게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식초는 발효과정의 가장 마지막 단계로 술을 만들고 나서야 식초를 만들 수 있다. 병에 붙은 브랜드 로고는 전각을 전공한 대학 친구에게 부탁하여 제작했다. <붉은 원숭이> 전각 디자인은 대학교 동기들과 놀던 자유분방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스토리텔링 시대답게 디자인 하나에도 이야기를 담아 소비자와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사진) 술샘의 대표적인 제품 '미르', '감사', '붉은 원숭이' ( 위 좌측에서 시계 방향)
(사진) 술샘의 대표적인 제품 '미르', '감사', '붉은 원숭이' ( 위 좌측에서 시계 방향)

증류식 소주 ‘미르’ 개발, 증류식 소주 제조법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신 대표는 짧은 업력을 가진 것에 비해 브랜드 파워를 서서히 높여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품 제조방식이나 패키지 측면에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다 보니 일반 막걸리나 소주보다 가격대도 높은 편이다. 술샘에서는 막걸리 외에 증류식 소주도 만들고 있다. 소주는 ‘미르’ 라는 브랜드로 세 가지 도수 25도, 45도, 54도의 상품을 출시했고 제품에 ‘미르 54’ 처럼 도수에 따른 브랜드 차별을 주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는 희석식 소주다. 일반적으로 희석식 소주는 85% 이상의 주정(에틸알코올)에 물로 희석하고 조미를 한 술이다. 반면, 증류식 소주는 일반적으로 단식증류기를 통해 1~2 번만 증류를 하며, 원료의 풍미를 살린 소주다. ‘미르’ 소주는 증류식 소주다. 제조 방법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술샘에서는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증류식 소주 바람이 불고 있다. 안동소주는 워낙 오래된 증류식 소주이고 점차 증류식 소주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안동소주와 술샘이 다른 건 안동소주는 감압식이라 맛이 깔끔한 반면 술샘의 미르 증류소주는 상압식이라 맛의 차이가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호불호가 갈린다. 술샘을 처음 맛본 소비자 반응은 좋은 편이다. 신 대표는 이제 매출이 오를 일만 남았다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미르’ 소주는 향이 짙다. 미르라는 이름은 용을 의미한다. 용인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서 용처럼 승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신 대표는 누룩이나 증류소주에 대해 배우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대중화 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술샘에서는 술만 취급하는 게 아니다. 누룩소금이나 식초처럼 식품도 취급을 하는데 사업의 비중은 당연히 술이 높다. 식품은 아는 사람만 조금씩 사가는 정도다. 식초의 경우 3년전부터 매출이 올라가다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 술샘의 제품은 명절에 선물세트로 잘 나가는 편이다. 식품과 술의 비중은 2:8 정도이다.

향후 영업활동에 더 주력할 예정, 최근 ‘한살림’ 유통채널과 계약

신 대표는 앞으로는 술 제조공정 보다 영업활동에 더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판매는 거의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데 직접 사옥을 찾아 오셔서 사가는 분도 꽤 늘고 있다.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들렀다가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직까지 적극적인 홍보는 하지 못하지만 SNS를 통해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에 술샘을 검색하면 많은 자료들이 나온다. 매니아층은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 한계를 많이 느낀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마실 수 있는 양이 대략 7병이라고 해도 매출로 연결되기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뚫게 된 유통채널이 ‘한살림’ 이다. ‘한살림’ 은 전국에 23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살림 들어가려고 고생 많이 했다. 한 사람이 검증하면 또 다른 사람이 검증하면서 1년 내내 진을 다 뺐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런 절차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저희는 너무 힘들었다. 그런 검증을 거치니 아주 좋은 고객이 되었다. 영업은 이원화해서 진행하고 있다. 영업사원 중 한분은 면세점 또 한분은 주점분야로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

술을 담은 병에 관한 애환도 있다. 술샘은 면세점과 백화점에 납품하기 위한 시도도 해봤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공모한 막걸리 병에 제품을 담고자 하였으나 그 병은 백화점 외부로 유출될 수 없어 쉽지 읺았다. 그래서 그 병과 유사하게 술샘 자체적으로 팩키지 병을 만들게 되었다.

(사진) 술샘 신인건 대표
(사진) 술샘 신인건 대표

각종 수상 실적으로 인정받은 전통주 제조기술

술샘의 전통주 제조실력은 수상 실적에서 드러난다. 신 대표는 2012년 궁중술 빚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2013년에는 쌀과 누룩으로 만든 전통주로는 최초로 가양주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가양주란 집에서 담근 술을 의미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전통주 대회이다. 이 대회의 참가자들은 주로 취미로 술을 만드는 사람들이 나온다. 술샘의 신 대표는 그 동안 궁중술 복원대회, 경기도 주최 가양주 주인선발대회를 비롯하여, 국선생 선발대회 막걸리 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식 소주 ‘미르 40’ 과 떠먹는 생탁주 ‘술샘 이화주’ 등을 수상하였다.

신 대표는 우리 술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였다. 우리 술 인증은 국산 원료로만 제조한 제품에 농림부에서 부여하는 인증제도이다. 신 대표는 이런 인증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술샘은 단국대학교와 산학렵력도 진행하고 있다.

술샘 신 대표는 감히 단언한다. 지금 만드는 전통주 만큼은 어디에 내놓더라도 자신있다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보다 전통주를 보급하기 위해 역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신 대표는 올해까지는 사업의 도약을 위한 시스템을 준비했다고 본다. 내년부터는 영업 홍보에 집중해 좋은 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전통주는 대기업이 감히 넘보기 힘든, 아니 넘보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라 할 수 있다. 증류나 발효는 대량생산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사람은 업계에 모델이 된다. 유쾌하고 솔직한 신 대표는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것만으로도 모델이 될 만한 실적을 충분히 쌓았다고 보여진다. 신 대표는 양지IC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술 한잔 기울일 여유를 갖고 술샘을 방문해주기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푸드경제TV 조양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