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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범죄도시’, 포스터와 제목이 내부첩자? 알맹이는 매력 충만!

[푸드경제TV 정시우 칼럼니스트] 포스터 디자이너와 제목을 작명한 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범죄도시’는 첫인상이 그리 매력적인 작품은 아니다. 관객이 상대를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초. 그 3초 안에 관객을 낚아채는 게 포스터와 제목의 임무라면 ‘범죄도시’는 그 부분에서 아이디어가 얄팍한 작업물이란 인상이 짙다. ‘통쾌하게! 화끈하게! 살벌하게’라는 카피와 달리, ‘진부하고 칙칙하고 미지근해’ 보인달까.

포스터와 제목이 ‘내부 첩자’가 돼 버린 영화는 그러나 그러한 허들만 넘어 만나면,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책임져 주는 장면과 캐릭터가 기다리는 매력 충만한 범죄물이다.

실화 바탕이다. 2004년과 2007년 가리봉동에서 벌어진 금천경찰서의 조폭 소탕 작전이 바탕이다. 2004년 서울 가리봉동 일대는 조선족 폭력배 이수파, 독사파, 춘식이파 등의 힘겨루기로 바람 잘 날 없다.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던 이들 경쟁 구도는 중국인 장첸(윤계상)파의 등장과 함께 흔들린다. 마음에 안 들면 뭐든 썰어버리는(?) 극악무도한 장첸의 등장에 강력반은 머리가 아프다. 그럼에도 다행이라면, 이 구역의 슈퍼히어로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있다는 것?

줄거리만 놓고 보면 기존 범죄물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형사와 조폭, 그리고 조폭들의 힘겨루기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전형적인 장르영화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다면, 매력적인 캐릭터들 덕이다. 그 최전선에 마동석이 있다. 영화는 오프닝에서부터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가 어떤 인물인가를 그의 작은 동작 몇 개로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살벌한 칼부림이 벌어지는 현장에 전화 통화를 하며 등장, 가볍게 상대를 제압하고 여전히 수화기를 붙잡고 유유히 현장을 떠나는 마석도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는 가리봉동의 홍반장이나 다름없다.

이 영화가 품은 범죄 영화의 클리셰들이 그리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러한 클리셰를 마주한 마동석이 취하는 예상을 비껴가는 이러한 리액션들에 있다. 다부지고 험상궂은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동석의 살벌한 분위기와 ‘마블리-마요미’ 등으로 쌓아 온 그의 스위트한 이미지가 적정선에서 만나 극의 재미를 추동하기도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마석도가 내뱉는 농담들이 긴장을 조이는 역할을 하는 것도 마동석이란 배우가 지닌 특징 덕이다. 배우의 개성이 극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좋은 예다.

살벌한 장첸을 연기한 윤계상의 변화 역시 지켜볼 만하다. 여전히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점에 저당 잡혀 있는 윤계상에게 ‘범죄도시’는 그러한 격차를 줄여 줄 작품 같다. 인간병기처럼 활약하는 마동석과 인간미 넘치는 동료 형사들이 만들어내는 팀플레이가 좋은데, 그에 못지않게 각 조직 폭력배를 연기한 배우들 간의 호흡도 탄력 있게 조율돼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러한 단점들을 개성 강한 배우들이 많은 부분 보수하고 있는 느낌이다.

곁가지들을 최소화하고 범죄사건 자체에 집중한 것도 ‘범죄도시’의 장점이다. 영화는 주인공에게 개인사를 구구절절 부여할 생각이 없다. 캐릭터들 역시 ‘말’보다 ‘행동’으로 명료하게 제시된다. ‘집중한 선택’의 묘가 좋다. 덕분에 영화가 샛길로 빠져나가는, 한국 영화들이 쉽게 빠지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혹여, 소재를 보고 ‘또 조선족 비하 영화냐?’라고 생각한다면 그 편견 역시 버려도 좋다. 어쩌면 ‘마석도’를 내세운 형사 시리즈물을 기대하게 될지도.



정시우 칼럼니스트 siwoora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