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서병수 부산시장의 등장과 함께 분위기가 일순 싸늘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병수 시장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지난 12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으며 서병수 시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2014년 ‘다이빙벨’ 검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BIFF 파행의 원흉으로 꼽히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이빙벨’ 논란 이후 BIFF는 매순 간 ‘너덜너덜’ 이었다. 자율성엔 심각한 빗금이 갔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검찰 고발을 당했다. 각 영화인단체는 영화제 보이콧을 두고 첨예하게 갈렸다. 올해엔 조직위원회 내홍으로 또 한 번 진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서병수 시장은 사과 한마디 없이 버티는 중이
저주받은 걸작. 개봉 당시 매몰찬 혹평과 함께 졸작 취급을 당했던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년)는 그러나 시간이 쌓이면서 정반대의 지점으로 착지, ‘걸작’이란 칭호까지 부여받았다. 영화 곳곳에 깔린 철학적 담론의 풍성함이 시간을 견뎌 발화한 결과였다. 개봉판에 불만이 컸던(당시 제작사는 리들리 스콧의 뜻과 달리,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첨부하고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꿔 개봉시켰다) 리들리 스콧은 이후 무려 다섯 가지 판본을 공개했는데, 그럴수록 영화의 가치는 상승했다. 주인공인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정체를 둘러싼 궁금증도 덩달아 커졌다. ‘그래서 릭 데커드는 인간인가, 리플리컨트(Replicant 복제 인간
징후들은 많았다. ‘베테랑’(2015)에서 아트박스 사장으로 등장해 단 1분 만에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을 때, ‘부산행’(2016)에서 아내 앞에서 쩔쩔매던 상화가 우람한 팔뚝으로 좀비를 싹쓸이하며 앞으로 전진할 때, 남성식 경장을 연기한 드라마 ‘히트’(2007)에서 그가 입고 나온 미키마우스 셔츠가 ‘미키성식티’란 이름으로 동대문에서 팔려나갈 때…그렇게 많은 순간순간에서 대중은 마동석이라는,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날 것 같은 든든한 우리의 히어로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신(scene) +스틸러(stealer). ‘주연 못지않게 주목받는 조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영화시장이지만, 마동석처럼 이토록 많
목표가 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게 어떤 하나의 목표는 아니에요.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 기획도 하는 거고요. 배우로서 조금 더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리고 ‘영화’죠.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성극을 하면서 연기를 알았어요. 그게 87-88년도입니다. 그때 조금 맛을 보고, 이게 나에게 맞는 일일 수 있겠다 막연하게 생각했죠.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록키’ 같은 영화를 보면서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어요. ‘와, 영화가 이런 거구나’ 충격을 받았죠. 정말 머리를 띵 하고 맞는 느낌이었어요. 큰 자극이었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영화를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한 거예요. 이게 별다른 차이가 없을 수 있는데 미세하게 달라요.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 (소설 ‘남한산성’, 김훈)1637년 1월 30일. 조선의 임금 인조는 삼전도로 나아가 오랑캐 앞에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렸다. ‘삼전도의 굴욕’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된 이 치욕스러운 날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남한산성’이다. 영웅의 서사에서 완전히 비껴가 있는 ‘남한산성’은 분명 상업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명백하게 지는 싸움. 그런 서사를 영화는 별다른 기교 없이 묵묵히 따라간다. 역설적이게도 이 기교 없음이 ‘남한산성’을 여타의 영화들과 차별화시키는 힘이다.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척화론자 김상헌(김윤식
포스터 디자이너와 제목을 작명한 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범죄도시’는 첫인상이 그리 매력적인 작품은 아니다. 관객이 상대를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초. 그 3초 안에 관객을 낚아채는 게 포스터와 제목의 임무라면 ‘범죄도시’는 그 부분에서 아이디어가 얄팍한 작업물이란 인상이 짙다. ‘통쾌하게! 화끈하게! 살벌하게’라는 카피와 달리, ‘진부하고 칙칙하고 미지근해’ 보인달까. 포스터와 제목이 ‘내부 첩자’가 돼 버린 영화는 그러나 그러한 허들만 넘어 만나면,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책임져 주는 장면과 캐릭터가 기다리는 매력 충만한 범죄물이다. 실화 바탕이다. 2004년과 2007년 가리봉동에서 벌어진 금천경찰서
최승호는 MBC 간판 PD였다. 저널리즘의 대명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잘렸다. 부패한 권력을 파헤치는데 너무 유능했다는 이유로, 정말 그 이유로 잘렸다. MBC는 그의 자리를 박탈하는 방법으로 언론인 생명을 끊으려 했으나 틀렸다. ‘뉴스타파’를 통해 날선 보도를 이어간 그는 <공범자들>이란 영화로 MBC에 폭탄을 투여했다. 최승호의 반격이다. <공범자들>은 이명박근혜 시절, ‘권력’이 언론을 어떤 식으로 장악하고 ‘하수인’들이 그런 권력에 어떻게 빌붙었는가를 스펙터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망가져 가는 언론환경 속에서 이에 저항한 ‘언론인’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다큐이기도 하다. MBC 블랙리스트 파문과 파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