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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인문학]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만들어낸다

음식의 문화학, 저자 밥 애슬리

음식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회학적 의미들을 고찰한 '음식의 문화학' 은 단순히 특정 문화적 배경 아래에서 어느 재료가 어떤 향신료를 첨가해서 어떻게 조리되는지에 대해 실증적으로 연구한 글이 아니다.

날 것의 재료를 음식으로 변형하는 과정에 숨어 있는 의미를 연구한 레비-스트로스의 고찰,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 이론을 통해서 보는 테이블 에티켓의 발전, 여성이 전담했던 식사준비의 젠더적 연구 등 음식과 관련한 사회학적 문제들을 탐구한다.

눈에 띄는 스타 셰프의 등장, 음식 관련 프로그램의 폭발적 증가는 어떠한 사회적 의미가 있을까

‘훈남 셰프’ 서바이벌 요리…TV 속 요리의 사회적 모습

서바이벌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즌제 제작, 전국 각지의 대표 음식을 찾아다니는 유명 중견 배우의 ‘푸드멘터리’ 프로그램, 미녀 스타들이 맛깔스럽게 음식을 먹으며 우리를 유혹하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

자신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즉석식품으로 만들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상품화한 요리연구가의 음식 사업, 혼수 품목 중 하나였던 요리대백과사전 대신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푸드스타일링까지 생각하는 세련된 음식 잡지의 등장. 우리 사회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증폭하고 있다.

유명한 셰프들을 살펴보면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다.

그 셰프들이 만드는 음식의 이름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것들이 많다. 매일의 끼니를 위해 밥상을 차려야 하는 여성들이 요리를 의무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남성들은 그 의무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요리에 대한 연구를 하고 발전시키기에 훨씬 자유로운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재료부터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없어 고급스러워 보이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셰프들의 요리와 시장에서 산 재료로 엄마가 만들어주는 일반 가정식 사이에서 느껴지는 살짝 불쾌한 간극은 그들과 내가 다르다는 계층 구분, 즉 구별짓기가 감춰져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들은 음식을 살기 위해서 먹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식은 하나의 문화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 우리가 그것을 어디에서 얻는가, 그것을 어떻게 준비하는가, 우리가 언제 누구와 먹는가,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들 모두가 사회[문화] 제도에 달려 있다”라는 드 볼트의 말이 바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하고 있지만 그러한 사실에 대해 특별히 자각하고 있지는 않다.

날 것의 원재료가 불로 익혀지는 과정에서는 자연이 문화로 변형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고, 식사 예절도 국가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음식과 여성의 관련성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화적 문제로서, 아무리 남편이 가사를 도와준다고 해도, 남편의 요리는 일요일의 특식일 뿐이지 매일의 식사가 아니다.

인스턴트 식품, 냉동식품을 먹는 것은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가 아닌 공장의 요리이므로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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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전문기자/문화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