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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여성CEO가 뛴다] ‘정’(情) 시리즈 광고로 '초코파이' 신화 쓴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 차녀···1974년 동양제과 구매부에 평사원으로 입사
마케팅담당 상무절 ‘정’(情) 시리즈 광고로 경영능력 입증···2000년 동양제과 사장 취임
남편 담철곤 회장과 ‘부부경영’···2013년 말 등기이사직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시대

[FETV=박지수 기자]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평사원에서부터 시작해 20년 넘게 현장경험을 쌓은 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남편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함께 직접 경영에 참여하며 재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말 오리온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그룹 경영일선에서 한발 뺀 상태다. 이후 오리온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고, 신세계그룹 출신 허인철 부회장이 10년 넘게 오리온 경영전반을 이끌고 있다. 오리온의 이화경발(發) '초코파이' 신화는 올해도 진형형이다. 

 

오리온은 동양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리온의 역사는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은 풍국제과를 인수해 1956년 7월 ‘동양제과공업’을 설립하면서 시작된다. 1989년 이 창업주가 타계한 뒤 가족간 회의를 거쳐 2001년 9월 동양제과를 동양그룹에서 계열 분리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3년에는 동양제과에서 ‘오리온’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인수·합병(M&A)과 사업다각화를 통해 오리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과기업에서 K푸드 열풍을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지난해 오리온은 연결기준 매출 2조9124억원, 영업이익은 4923억원을 냈다.

 

이 부회장은 1956년생으로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다. 슬하에 딸만 둘이었던 이 창업주는 사위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최초의 재벌 총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당시만 해도 재벌 총수가 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동양제과 구매부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 창업주의 ‘내 딸이라도 특혜는 없다. 경영자가 되려면 기본부터 충실해야 한다’는 뜻에 따라 말단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조사부, 마케팅부 등 영업부를 제외한 모든 부서를 거쳐 현장 경험을 쌓았고 2000년 11월 입사 26년 만에 마침내 사장 직함을 달았다. 2001년 8월부터는 오리온그룹 외식·엔터테인먼트 부문 총괄사장을 맡아 당시 외식사업(롸이즈온)과 케이블사업(온미디어), 메가박스 등을 진두지휘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마케팅담당 상무 시절 이 부회장은 초코파이 ‘정(情) 시리즈’ 광고를 진두지휘해 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초코파이 정 시리즈 광고를 통해 초코파이라는 상품에 정을 나누는 따뜻한 이미지를 더해 초코파이를 대한민국 최고 간식으로 자리잡도록 했다. 초코파이 정 시리즈 광고 덕분에 초코파이 매출은 두 배 이상 오르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업계에서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 창업주를 닮아 의사판단이 매우 빠른 경영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방영할 당시 주인공이 초코파이 먹는 장면을 우연히 시청하던 이 부회장이 다음 날 당장 패러디 광고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 하루 만에 광고 제작을 마친 일화도 있다. 그는 ‘현장경영’을 강조하는 CEO로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외식·엔터 사업을 총괄하는 동안 외식사업(롸이즈온) 사무실, 케이블사업(온미디어) 사무실, 메가박스 사무실 3곳을 일주일에 이틀씩 번갈아 가며 출근하며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듣고 챙겼다.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내리 5~6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등 영화사업을 구상하고, 늘 직원들과 함께 모여 회의를 했다.

 

이 부회장은 1998년 스위스 경제포럼에서 미래의 세계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손 대는 사업마다 성공해 ‘미다스의 손’이라고도 불렸다. 이 부회장은 2007년 메가박스, 2009년 온미디어를 잇따라 매각하며 사업 재편에도 나섰다. 오리온그룹 영화 투자·제작·배급사 쇼박스는 출범 이후 줄곧 이화경 부회장의 손길이 닿아있는 계열사로 지금도 업계에서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다. 초코파이 신화의 근간을 만들어낸 이화경 오리온 그룹 부회장. 지금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재계에서 이 부회장의 행보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