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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성공기 연재] (6) 비만병, 그 무서움을 아직 모르시나요

“한잔 더해 ”

“…….”

영훈은 말없이 김 계장이 권하는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박주임의 사진이 걸린 장례식장의 곡소리는 유난히도 슬펐다. 노총각 아들을 먼저 보낸 박 주임의 부모님은 차마 바라보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끼리끼리 모여 앉은 사람들의 얼굴도 어두웠다. 향년 37세. 그야말로 한창 때 쓰러진 것이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남 이야기’가 아니다. 연령대와 딸린 식구가 있다는 것이 좀 다를 뿐, 박주임과 평소 생활습관이며 식습관이 꼭 닮은 영훈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정확한 사인이 뭐야?”

터져 나오는 듯, 영훈이 입을 열었다.

“뇌경색이래두. 몰라, 뇌경색?”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치며 김 계장은 한심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영훈은 분통이 터졌다. 김 계장이야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관리 관심이 많아 등산이며, 축구, 테니스 등 안 끼어 드는 체육 행사가 없었다. 아침마다 꼬박꼬박 양파즙이며, 해독주스, 영양제를 챙겨먹고 주변 동료들에게도 설파하는 김 계장은 영훈의 표현대로 하면 ‘유난 떠는’ 사람이었다.

특별히 친지 중에 한의사도 있어 평소 이것저것 주워 들은 게 많은 김 계장은 자신보다 질병이나 건강관리 상식에 밝은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이토록 모지리 취급이라니.

“…….”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영훈의 표정이 언짢게 변하자 김 계장이 잠자코 설명을 시작했다.

“좋아. 자네한테 확 와 닿게 말해줘? 그거 비만병이야, 비만병.”

“비만병? 살 좀 찐 걸로 사람이 죽는다고?”

김 계장의 빈 술잔에 소주를 채워주며 영훈이 물었다.

“살만 찐 걸로? 정확히는 살을 찌게 하는 생활습관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거지”

“운동 안하고 채소 좀 덜 먹는다고?”

따지듯 묻는 영훈의 질문에 김 계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입술에 침을 발랐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김 계장은 소주잔을 벌컥 들이키고는 편육을 입에 넣으며 다시 말했다.

“나도 그 동서 있잖아, 한의사 한다는. 그 친구한테 들은 건데 말이야.”

“응.”

“자네, 뇌에 1분에 피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아? 750ml야.”

“그렇게나 많이?”

영훈은 우유 500ml의 용량을 떠올려봤다. 1분에 그렇게나 많은 양의 피가 뇌로 공급되다니, 몰랐던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봐. 자네 종이에 손가락 하나 베어도 피가 철철 계속 안 나고 멈추는 이유가 피가 굳어서 그렇잖아. 근데 몸 속에서,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서 엉겨 붙은 게 혈전이거든. 그 혈전이 돌아 다니면 어찌 되겠어? 그 덩어리 진 게 뇌 혈관을 콱! 막아가지고는 사람이 컥! 쓰러진다는 거 아냐.”

김 계장은 혈전이 떠다니는 것처럼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다 그대로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시늉까지 해 보였다.

“간단히 말해서 변기 있잖아. 오물이 엄청 들어가서 막히면 어떻게 돼? 다 튀어나와서넘치잖아, 변기가.”

“이 사람아, 밥 먹는데!”

영훈이 김 계장의 말에 질색을 했다.

“어때, 확 느낌오지? 피 공급이 뇌에 안 되는데 제대로 동작을 하겠어? 산소 공급부터 안 되는데.”

“…그 혈전인지 하는 핏덩이가 뚱뚱하면 생긴다는 거야?”

“정확히는 고kcal 식단이 원인이라는 거지. 뇌경색이라는 게, 결국 혈관이 좁아지거나 이런 혈전이 혈관을 막아서 생기는 거잖아. 이게 뭐겠어. 고혈압 아냐! 고혈압 원인이 뭐야. 짜게 먹는 거. 자네 라면 국물 얼마나 잘 마시나? 고혈압에 한 몫 하고 있는 거야. 탄수화물, 자네 입에 달고 사는 빵! 그것도 고지혈증 원인이지. 동물성 기름 먹어서 생기는 거랑……. 아! 담배도 마찬가지야. 흡연이 혈관을 수축시킨다더라. 박 주임 봐, 얼마나 골초였어?”

“…….”

폭풍처럼 쏟아져 나오는 김 계장의 말에 영훈은 할말을 잃었다. 고지혈증, 콜레스테롤 수치, 고혈압. 다 정기검진 때 들은 말이다. 위험하다고, 꼭 살을 빼셔야 한다는 의사 양반의 잔소리도 기억이 났다.

다소 풀이 죽은 영훈을 보고는 김 계장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라고 처음부터 다 알았겠어?”

“그럼?”

“우리 아버지. 중풍으로 돌아가셨잖아. 뇌졸중.”

자신의 잔에 스스로 술을 채우는 김 계장을 보고 영훈은 아차 싶었다.

중풍. 몇 년 전 김 계장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기억이 어렴풋하게 생각났다. 말씀은 커녕, 김 계장과 제수씨는 반신불수가 되신 어른의 대소변을 받아내느라 고생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간호한 보람도 없이 김 계장은 반년 만에 부친상을 당했던 것이다.

“뇌졸중……? 그것도 비만하고 관련 있는 거야?”

조심스런 영훈의 말에 김 계장은 쓰게 웃었다.

“응. 고혈압에, 고지혈증. 나도뭣 모르고 아버지 좋아하시니 기름진 음식 참 많이 사다 드렸었는데 말이야. 참 아쉬워, 효도한답시고 한 짓인데 지금 생각하면. 모르고 한 짓이지만 서도…….”

(사진) 고지혈증은 혈중 지질이 어느 수준 이상 높아 동맥경화성 심활관 질환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술잔을 단숨에 입안에 털어 넣는 김 계장을 보면서 영훈은 그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워주는 일 외에는 딱히 해줄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김 계장이 그 좋아하던 담배를 끊고 운동을 시작하고 좋은것들을 찾아 먹기 시작한 시기가 얼추 상을 치른 이후였다.

“진심이야. 자네도 이번 기회에 좀 고쳐. 도와줄 테니까.”

생활습관이 사람을 죽인다. 영훈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동욱이, 미진이, 숙희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저 맞은편 검은색 띠를 두른 박 주임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로 겹쳐 보였다.

“…….”

영훈은 김 계장의 낮은 목소리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몸 관리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영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 전형주 장안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다이어트 컨설팅 - 고kcal 음식, 왜 안 좋을까요?

패스트푸드, 기름진 고기음식, 튀김, 빵, 피자..입에 맛있고 자극적인 음식들 대부분 ‘몸에 좋지 않다' 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한 후 기초대사량이나 운동을 통해 그 에너지를 다 소모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러한 잉여에너지는 중성지방이라는 것이 되어 지방조직으로 저장되는데요. 혈액 안에 이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면서 혈류의 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혈관 역시 노폐물이 껴서 좁아지게 되지요. 자연히 체내 전체적으로 피가 잘 안 돌게 되는데이 증상을 고지혈증이라고 합니다.

고지혈증이 무서운 것은 이에 따라 발생하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뇌경색 등과 같은 합병증 때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고kcal, 고지방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평소 손발이 저리거나 쥐가 자주 나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있을 수 있으니 혈관건강에 대해 점검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글 구성 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