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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성공기 연재] (4)땀 쭉~ 빼면 살도 쪽~ 빠지지 않을까요?

점심 때가 막 지난 오후 2시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숙희는 같은 아파트 윗집에 사는 미주네 엄마와 수다가 한창이었다. 동욱이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 미주 엄마는숙희와 절친한 아파트 주민이다. 살이 쪄서 고민이라는 숙희의 말에 미주 엄마가 얼마 전부터 자신이 효과를본 방법이라며 목욕탕 다이어트를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아, 글쎄. 동욱 엄마도 사우나 한번 다녀보라니까? 살이 그냥 쫙쫙 빠져.”

“그래?”

“이 사람, 속고만 살았나. 내 들어갈 때 달아보고 나올 때 달아봤는데 글쎄, 근수가 달라요~.”

“…….”

일찌감치 저녁 찬거리를 사러 후딱 장을 보고 동욱이 일어날 늦은 오후에는 치킨 부스러기로 엉망일 동욱의 방을 청소할 참이었던 숙희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 저녁거리 사러 가려던 거 아냐? 뭘 이렇게 일찍 가. 나온 김에 나랑 사우나가서 2시간 담그고 오자고. 이게 왔다여, 왔다!”

미주 엄마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망설이는 숙희의 팔을 잡아 끌었다. 못이기는 척 숙희도 함께 동네 목욕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일 오후에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목욕탕을 찾다니. 숙희는 오랜만에 온 여탕풍경이 새삼스럽다. 빤한 공무원 봉급으로 네 식구 살림살이를 꾸려야 하는 형편에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목욕을 밖에서 돈 주고 하다니, 짠순이 숙희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훌렁훌렁옷을 벗는 미주 엄마가 내심 부럽다. 숙희에게 종종 언제 잘릴지 모른다며 죽는 소리를 하지만 대기업 차장 직급으로 여태껏 잘 버티고 있는 미주 아버지덕에 미주 엄마의 지갑 사정은 확실히 숙희의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아, 뭐해? 안 벗어?”

“벗어, 벗어.”

탕에 들어서기 전 숙희는 누가 볼세라 살짝 저울에 올라가본다.

“에휴.”

키 160cm에 몸무게 65kg. 차이는 좀 있었지만 미진을 낳은 이후로 꾸준히 이 몸무게다. 요새는 더 찌지않게 관리하는 것도 벅찰 지경이었다. 그런데 사우나 좀 한다고 살이 빠진다고? 의심스럽다.

“달아봤어? 어여 그럼 들어와~!”

한숨을 내쉬는 숙희를 미주 엄마가 불렀다.

한바탕 몸을 씻어 내고는 곧장 숙희와 미주 엄마는 사우나 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이미 숙희 또래의 중년여성 서너 명이 앉아서 한껏 달아오른 얼굴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수건으로 양 머리모양을 만들어 쓴 모양새가 하루 이틀 와본 것이 아니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우리도 좀 앉읍시다~.”

넉살 좋게 미주 엄마가 엉덩이를 들이 밀자 먼저 와있던 무리도 마지못해 자리를 내어준다. 숙희도 미주 엄마와 함께 자리를 잡았다. 들어온 지 10초도 안된 것 같은데 열기에 숨이 턱 막혀왔다.

“허이고, 뜨거운 거 보소.”

“이 아줌마야, 뜨셔야 땀이 쭉~ 나고 살이 쪽~ 빠지지 않겠어? 동욱 엄마도 이제 안 오면 서운해질 걸?”

숙희는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참기가 힘들었다. 꼭곰탕 끓이는 냄비 속에 들어앉은 기분이다.

“이거 도가니 우리는 것도 아니고, 아주 삶네, 삶아.”

“좀 가만히 있어봐. 애도 둘씩이나 낳은 사람이 이런 것도 못 참아?”

얼마나 지났을까? 미주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인지옆 모습이 편안해 보이는데 숙희는 이제 속까지 미식거릴 지경이었다.

“아유, 미주 엄마. 나 먼저 나가요.”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이 더 버티면 큰일날 듯싶다. 숙희는사우나 문을 열고 나왔다. 거울을 보니 가관이다. 얼굴이뜨끈뜨끈한 것이 온통 불그죽죽했고 입가는 쫙쫙 당기기까지 했다. 찬물로 대충 세수를 한 다음, 숙희는 몸무게를 달아봤다. "62.5kg!"

“오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외마디소리에 주위 여인네들이힐끗거렸지만 지금 숙희에겐 남들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사우나실에서 몇십 분더위를 버틴 것뿐인데 2.5kg이나 몸무게가 줄다니! 미주엄마가 말한 것처럼 마술 같았다.

“많이 줄었지? 그 봐.”

“참말로 신통하구로.”

어느새 따라 나온 미주 엄마가 눈을 찡긋거리며 숙희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사우나 다이어트,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숙희는 아직도 벌건 얼굴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목욕탕에서 돌아오는 길에 숙희는 마음먹은 것과는 다르게 장을 보지 못했다. 몸무게가줄어든 건 좋은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영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우나에서 나온 직후엔 서있는 것도 힘겨워 젖은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했더니 으슬으슬 춥기까지 했다. 처음만 그렇다며 유난이라는 미주 엄마와 헤어지고 방문에 들어서자 참기 힘든 허기가 몰려왔다. 살을 뺀답시고 점심도 거르고 땀을 뺀 것이 실수였다. 손까지 덜덜떨렸다.

“다이어트고 나발이고 뭐시라도 묵어야 살겠다.”

숙희는 냉장고 문을 열고 열무김치를 꺼내서는 양은냄비에 담았다. 밥이며참기름도 꺼내 비비기 시작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 입안에 절로 침이 고였다. 한입 가득 우물거리자 열무가 아삭아삭하니 맛이 제대로 들어있었다. 짜증스러웠던 마음도, 덜덜 떨리던 몸도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쪼매 더 묵을까…….”

어느새 정신 없이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그래도 뭔가아쉬운 기분. 숙희는 망설이다 다시 밥통에서 남은 밥을 몽땅 양은냄비에 넣었다.

‘삐리릭.’

“엄마, 나왔어!”

바닥을 박박 긁어 마지막 한 숟갈까지 입에 넣으려 하는 순간, 현관문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5시. 학교에 갔던 미진이 돌아온 모양이다.

“오야, 왔노?”

“엄마! 옆집에 누구 이사오나 봐. 엘리베이터가 한참 안 내려오길래 봤더니우리 옆집에 짐 엄청 들어가더라.”

재잘거리는 미진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숙희는 자신도 모르게 먹던 냄비를 후다닥 설거지통으로 밀어 넣었다.

“뭘 그렇게 혼자 먹고 숨겨? 엄마 뭐 먹었어?”

가방을 내려놓으며 미진이 의아스럽다는 듯 숙희를 바라봤다.

“뭐라? 느이 오래비나 숨어서 묵지……. 들어왔음 후딱 씻을 일이지 뭐하노? 멀뚱히 서서 장승 멘치로.”

숙희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순간 거짓말을 했다. 수상하다며눈을 반쯤 뜬 채 설거지통을 들여다보려는 미진을 화장실로 밀어 넣는 숙희의 마음은 2.5Kg이 빠지기전보다 더 복잡했다. 점심 한끼 굶었다고 이리도 허겁지겁 먹어 치우다니! 나라는 사람의 의지는 이것밖에 안되나 싶은 마음에 자괴감도 몰려왔다.

“…도로 아미타불이네, 도로 아미타불이야.”

미진이 씻는 사이 슬쩍 올라가본 저울의 눈금은 어김없이 65Kg에서멈춰있었다. 거짓말 같다. 숙희는 고개를 떨궜다. 좀 얼굴이 벌개지고 걷기에 다리도 후들거리지만 62.5Kg를 찍었던목욕탕 저울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숙희는 내일도 미주 엄마와 함께 사우나에 가기로 결심했다. 사우나에가고, 오늘처럼 다시 먹지만 않으면 순식간에 살을 뺄 수도 있겠지 싶었다.

▲ 전형주 장안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다이어트 컨설팅>

‘입에 쓴 약이 몸에 좋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는 옛말을 뒤로하고 기왕이면 달콤하고 편한 것들을 찾는 게 인지상정인 것일까요? 무언가를 편하게 얻을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끌림을 받는데, 그것은 불량이 되기 쉽습니다. 체중 감량의 면에서 본다면 그 대표적인 예는 ‘사우나’ 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높은 온도의 사우나에서 더위를 꾹 참아내며 땀을 줄줄 흘리면 몸무게는 줄어듭니다. 여기서 흘리는 땀은 운동을 하면서 흘리는 땀과는 많은 차이가 있답니다.

살을 뺀다는 것은 지방을 연소시켜 체지방률을 낮추고, 그 결과 체중감량이 따라 오는 것인데요. 사우나로 대표되는 가만히 앉아 땀을 빼는 식의 방법은 지방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몸 안의 수분을 억지로 빼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는 수분평형과 항상성(생존과 건강을 위하여 항상 최소한의 일정 양을 유지하려는 경향) 이라는 중요한 적응현상(adaptation)이 있습니다. 땀으로 수분 손실양이 소변배설량도 줄고 또 갈증이 나니 바로 물을 마시게 되거나 음식을 섭취하면서 바로 수분이 보충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물을 마시면 체중이 돌아올까봐 끝까지 한 모금도 물을 안마시고 갈증을 참으며 사우나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것은 더 어리석은 일입니다. 과도한 사우나로 땀을 억지로 뺀다면 체형관리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예쁘게 관리했던 피부까지 손상되면서 노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억지로 참으며 내 몸의 수분을 짜내는 것보다는 골라서 먹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해야합니다.



글 구성 푸드경제TV 이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