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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 속에 건강 먹거리의 평범한 비밀

- 한국방송 사상 최초로 대만에 수출된 정규 다큐멘터리

샤르트르가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라고. 태어나서(Birth) 죽을 때까지(Death)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걸 자주 선택하는 가. 매일 먹거리 앞에서 갈등한다. 어떤 게 맛있는지. 어떤 걸 먹어야 건강한지. 그 사람이 읽는 책이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얘기하고, 그 사람이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의 몸의 수준을 말한다고 했다.

잘 먹어야 잘 사는데 우리가 아프고 힘든 이유는 먹는 것을 잘못 골라서 그럴 것이다. 생로병사. 태어나서 나이가 들어가고 병이 들어 죽는다. 인간은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먹는 것만 잘 선택해도 생로병사 중에서 노병으로 힘들게 죽지 않을 것이다.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경제수준이 나아지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건강’ 하게 장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사진) KBS '생로병사의 비밀' / 사진출처 = KBS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 캡처이 프로그램은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들이 있는데도 이 프로그램이 100회를 넘어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비결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모르고 지나쳤던 건강 상식을 제대로 전달해 주었기 때문이다. 체중을 줄이고 꾸준히 운동을 하며 술과 담배를 자제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면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비밀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기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거창한 비밀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충분히 실천할만한 비밀이어서 더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생로병사의 비밀>은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음식, 비만과 질병, 웰빙 등을 총망라한 신의학 처방전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할 이야기들을 전문가의 검증을 통해 제시하고 있기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호응이 높았다. 정규 다큐멘터리로는 한국방송 최초로 대만 TV에 수출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 우리 곁에 흔하지만 이것만은 꼭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은 먹고, 자고, 활동하는 우리 삶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을 통해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 먹거리다. 잘 먹는 것이 얼마나 우리 몸을 위해 소중한 행위인지를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보여준다. 한계수명 120세 도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로병사 비밀> 이 이것만은 꼭 먹으라는 네 가지 음식이 있다. 황금의 사과인 ‘토마토'.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프렌치 패러독스 ‘적포도주', 피로를 모르는 ‘마늘’의 힘, 그리고 인체의 파수꾼인 ‘녹차’ 이다. 이 네 가지는 그렇게 귀한 음식도 아니다. 그런데 이 음식을 잘 먹으면 장수한다고 한다. 토마토의 경우는 생으로 먹지 말고 익혀 먹어야 효과가 높다. 이 방송이 나간 후 토마토 익혀 먹는 사람이 늘었다. 그만큼 영향력이 대단한 방송이다.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토마토를 먹으라고 조언한다. 적포도주는 시사 잡지 <타임>지가 선정한 건강에 좋은 10대 음식이다. 심장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알콜로 죽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더 많다’ 는 자극적인 제목의 주인공은 적포도주다.

(사진) '생로병사의 비밀' 에서 소개한 토마토의 성분 / 사진출처 = KBS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 캡처
(사진) '생로병사의 비밀' 에서 소개한 토마토의 성분 / 사진출처 = KBS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 캡처
마늘은 어떤가. 예전에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노예들에게 마늘을 먹였다는 재밌는 이야기도 이 방송에서 알게 되었다. 마늘은 냄새는 지독하지만 스태미나에는 최고의 음식이다. 이 방송은 전문가들의 검증된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에 정리되어 있어 신뢰도를 높인다. 교토대 명예교수 이와의 가즈오는 마늘에 대해 “마늘을 먹으면 남성호르몬과 여러 다른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정자수도 많이 늘고 농도도 증가하게 됩니다.” 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녹차는 암을 제거하는 녹색식물로 녹차 추출물을 바른 70대 노인의 피부가 6주만에 젊은 사람의 피부처럼 재생되었다는 서울대 피부과팀의 조사를 덧붙이며 커피에 밀려난 녹차의 부활을 외친다.

- 설탕, 소금, 지방은 제대로 먹어야 건강하다

너무 흔해서 감히 건강식이라고 생각 안 하고 무시하는 음식들이 있는데 설탕, 소금, 지방이 그런 음식이다. 방송에서 설탕의 폐해를 잘 파헤친 윌리엄 더프티의 저서 <슈가블루스>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북 베트남을 정복하고 싶다면 미군 군용품을 투하하면 됩니다. 설탕과 캔디, 콜라 등을 말이죠. 이것들은 폭탄보다 더 빨리 사람들을 파멸시킬 것입니다.” 경고도 참 멋스럽고 인상적으로 한다.

(사진) '설탕의 경고' 편 / 사진출처 = KBS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 캡처
(사진) '설탕의 경고' 편 / 사진출처 = KBS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 캡처
성인병에는 기름진 육류도 해롭지만 설탕 등의 당분도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주범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소금의 경우는 소리 없는 살인자 백색의 유혹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소금이 없는 것은 상상할 수 있을까. 한국인은 싱겁다고 하면 맛이 없다는 것으로 통용된다. 그런 만큼 소금을 애용한다.

제작진은 위암 수술을 한 70대 노인의 식습관을 추적하였다. 주로 짜게 먹었고 위암으로 먼저 죽은 아내도 요리를 짜게 하는 편이었다. 이 방송은 경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맛은 떨어뜨리지 않고 염도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같이 연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알려준다. 경고하고 겁만 주는 의사보다 더 친절한 의학 방송이었다.

제대로 먹어야 할 흔한 음식 세 번째는 지방이다. 제작진의 부지런함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다. 제작진은 50세만 넘겨도 장수노인라고 얘기하는 남태평양 마크로네시아 열대군도를 찾아간다. 지상의 낙원처럼 보이는 이 섬의 비극의 역사는 식료품 가게나 슈퍼에 소시지, 햄, 고기, 식용유 등 고지방 가공식품을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이 방송에서 달고 고소한 맛으로 우리 아이들의 몸을 노리는 트랜스 지방을 경고한바 있었는데 이 방송이 나간 이후로 트랜스지방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리가 커진바 있기도 했다.

- 신이 차린 건강한 식탁, 컬러과일 건강법

<생로병사의 비밀>은 사실 비밀이 아니다. 우리가 무시했기 때문에 비밀이 되었다. 흔한 것은 잘 무시당한다. 이 방송에 눈길이 가는 건 그 흔한 것들을 귀하게 대접하고 잘 안 믿는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검증을 통해 확신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에는 명언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덧붙여 방송에 은근히 빠져들게 하였다. 항상 7%를 넘는 시청률은 그만큼 재밌고 유익한 방송이라는 증거이며 시청자들이 자기 몸을 위해 이 방송을 즐겨본다는 의미다.

먹거리에 대해 강조한 방송 중에 컬러푸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마트에 가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가 결혼식 지참금으로 제우스에게 바친 것이 무엇일까. 바로 레몬이다. 이 방송은 레몬과 같은 노랑색 과일을 ‘신들의 디저트’ 라는 멋진 말로 포장해서 보여준다. 노랑색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것이 베타카로틴이다. 베타카로틴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 노랑색 과일에는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는데 이 영양소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우리 몸과 마음에 노랑 경고등이 켜지면 노랑색 과일을 찾아 먹을 필요가 있다.

(사진) 신이 차린 건강한 식탁 '컬러푸드'
(사진) 신이 차린 건강한 식탁 '컬러푸드'
보라색 과일은 '과일의 여왕' 이라고 불린다. 보라색 과일은 기절하거나 정신이 몽롱하고 혼수상태일 때 약용음료로 애용되어 왔다. 보라색 과일의 으뜸은 블루베리인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조종사들에게는 블루베리가 꽉 찬 빵이 주식이었다는 얘기도 이 방송을 통해 알게 되었다. 빨간색 과일은 '태양의 선물' 이라고 한다.

빨간색 중에는 토마토가 가장 좋고 사과껍질도 몸에 유익하다. 싱가포르는 암 사망률이 높은 나라다. 이 나라의 슈퍼마켓에 가면 과일 진열대 앞에 ‘색을 알고 먹자“ 라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국민들에게 항산화 기능이 높고 영양소 함유량이 높은 과일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과일이 몸에 좋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려져 온 생활상식이다. 그러나 색깔별로 영양소 함유량이 다르다는 사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생로병사의 비밀>을 보고 나니 과일의 색깔 그 자체가 영양소이자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몸은 각종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위협에서 내 몸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은 병원이 아니라 우리 곁에 흔한 음식들에게서 답이 있다. <생로병사의 비밀>이 그 비밀을 우리에게 친절히 알려준다.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라고 얘기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앞에 두고 그런 얘기를 감히 할 수 없다. 이렇게 유익하고 건강한 방송은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 홈페이지의 시청자 소감을 보면 다들 이 방송이 알려준 건강정보에 감동하고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좋은 방송은 모르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로병사의 비밀>은 아주 좋은 방송이다. 우리가 무시하고 넘어가고 있는 건강에 대한 상식들을 알려주는 방송, 이 방송이 한국인의 주치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느낌이다.



푸드경제TV 조양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