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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탁 위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 계란, 고기, 쌀.... 무엇을 먹어야 안심할 수 있을까?

쌀도 믿을 수 없고

8월초 강원도 정선의 김홍철 씨는 곰팡이 낀 쌀을 억지로 먹고 온 가족이 탈이 나 병원 신세를 졌다. 무심코 동네 슈퍼에서 20kg 쌀을 사서 먹었는데 색깔이 검고 냄새가 나는 게 조금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익혀 먹는 쌀이니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계속 배가 아파왔다. 본인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까지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쌀을 식초나 소금으로 씻으면 조금 나을 거라 생각해서 그 방법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이곳저것 사이트를 뒤지니 곰팡이 쌀은 250도로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으며 심지어는 발암성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이야기를 듣고 계속해서 그 쌀을 먹을 강심장은 없을 것이다. 4만원 넘게 들여 산 쌀이 아깝지만 몸을 생각해서 눈물을 머금고 버렸다.

(사진) 계란 살충제 파문으로 국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계란도 포기해야 하고

살충제 계란 파문이 계속 되고 있다. 유럽 벨기에서 시작된 ‘피프로닐’ 계란이 국내 계란에서도 검출되면서 대형마트에서 계란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피프로닐’ 은 무엇인가? 개와 고양이의 벼룩, 진드기를 없애는 살충제이자 농약이다. 국내 동물용의약품 관련 법에 의하면 닭에 대해서는 사용을 금하고 있다. 백색 분말의 ‘피프로닐’ 은 벌레의 중추 신경계를 파괴한다. 사람이 흡입하거나 섭취하면 두통이나 감각 이상, 간장이나 신장 등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출됐을 때 대표 증상은 경련과 떨림 등이 나타난다. 피프로닐에 장기간 노출되면 간 병변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괴담수준으로 타오르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쉽게 잠재울 수는 없다.

송재석 관동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피프로닐 성분이 인체에 특정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없는 상태다. 무해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유해성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에서 확인한 수치이며 해당 기준치의 인체 유해성과 관련 여부는 알 수 없다" 고 급속도로 번지는 불안감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란 역시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상태는 분명 아니다.

계란 관련 제품은 안전한가

닭고기는 먹어도 되는 지 불안해하는 국민도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용 닭(육계)의 경우 사육기간이 30~40일 정도여서 진드기 창궐 가능성이 낮아 살충제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수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계란과 관련한 많은 가공식품을 먹는다. 마요네즈와 빵은 어떤가? 살충제 계란이 발생한 유럽에서는 계란이 들어간 80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18개 제품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살충제 잔류 검사대상을 확대하지 않으면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가라앉을 수가 없다.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먹거리 안전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다. 얼마전 우리 아이들이 즐겨 먹는 햄버거도 불안한 식품이 된 적이 있다.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 일명 '햄버거병'에 걸렸다며 소송을 제기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햄버거 38종의 위생 상태를 조사한 결과, 햄버거병 유발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의 김제란 팀장은 “햄버거와 같이 김밥 등 식품들은 현장에서 바로 조리해서 판매되는 식품들인데 아무래도 위생적으로 오래 보관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구입해서 드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라고 말한다.

얼마 전 한 워터파크에서 질소과자를 먹은 초등학생이 위에 구멍이 뚫려 수술을 받았다. 일명 용가리 과자라고 불리는 이 과자의 액체질소는 영하 196도 가까이 내려가기 때문에 직접 섭취하거나 피부에 접촉할 경우 동상, 화상을 입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살충제 계란 파문에 대해 범종합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 사진 = 청와대 자료사진
(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살충제 계란 파문에 대해 범종합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 사진 = 청와대 자료사진
식품도 스펙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

식품안전 때문에 신조어도 나왔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한 식품을 구매할 때 식품(Food)과 스펙(Spec)을 합친 일명 ‘푸스펙(Foospec)’ 을 따지며 구매한다. 식품업체들도 소비자들에게 안심 먹거리를 강조하기 위해 제품 공정 및 유통 등의 위생관리나 안전 패키지, 안전 성분 등을 내세워 적극적 ‘식품스펙관리’ 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국내 유업계 최초로 ‘통합 HACCP 황금마크’ 를 적용한 유기농 우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진주햄은 소시지 부문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획득한 천하장사의 키즈라인인 ‘천하장사 포키즈(For Kids)’ 를 선보였다. CJ제일제당 프리미엄 냉장햄 제품인 ‘The 건강한 자연에서 얻은 재료’ 는 식품 첨가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무항생제 돼지고기만 사용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식품 스펙을 깐깐하게 고려하는 엄마들이 늘어남에 따라 식품업계에서도 식품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 한다.

먹거리 불안은 한번 발생하면 과도하게 확산되는 경우가 있다. 적정 수치만 넘기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당국은 자제를 당부하지만 처음부터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기에 국민들의 불안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당장 햄버거를 먹는 직장인이 줄었고 살충제 계란 때문에 계란이 들어간 김밥소비량도 줄었다. 직장인들 중에는 샐러드에 들어간 계란도 의심할 지경이다.

주요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도대체 뭘 먹어야 안전한 건지 모르겠다" "공산품도 위험해, 먹는 것도 불안해, 이민을 가야겠다 정말" 등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우리 식탁의 빨간 경고등,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없어지고 있다. 먹거리 문제는 나 혼자 지킨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관리가 안 되면 결국 소비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세상은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더 똑똑한 소비자가 되라고 몰아 세우고 있다. 먹거리 불안이 심해질수록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 것이 안전하다. 어머니의 된장찌개만큼 안전한 게 또 어디 있겠는가. 합성, 첨가가 판을 치는 세상, 어머니가 차려준 순수한 밥상이 점점 그리워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불안한 식탁을 만날 수 밖에 없다. 정부 당국의 철저한 예방 노력과 사후 철저한 대책수립과 더불어 생산자, 유통업자, 심지어 소비자들의 먹거리를 대하는 의식 전환이 기본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푸드경제TV 조양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