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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계란을 드세요 ’계란박사! 당진농장'

[푸드경제TV 조양제 전문기자] 강종성 회장은 당진농장 초대 대표다. 당진농장의 현재를 만든 1등 공신인 강 회장을 만나러 간 날, 그는 집하장을 쉴 틈 없이 돌아 다니며 계란을 체크하고 거래처와 통화하느라 분주했다. 계란을 싣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다가 계란유통 전용 차량 뒷면에 “신의 선물, 계란을 드세요”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강 회장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컸다. 1980년대 군대를 제대하고 계란 유통일을 시작해서 그 이후로 이 분야에서 평생 일하고 있다. 강 회장은 세상에 태어나서 어느 한 분야에 10년 동안 매진하면 살아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말한다. 쉬는 날 없이 일한 햇수가 20여년이다. 잠자는 시간도 2~3시간으로 줄여가며 오직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 처음에는 계란유통회사의 종업원으로 시작해서 3년 후 일하던 사업장을 인수해 하나 둘 꿈을 키워갔다.

(사진) 당진농장의 계란 상품과 물류창고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

'유림상회’로 출발한 당진농장의 약속

당진농장의 원래 이름은‘유림상회’이다. 그 이름으로 20여 년간 사업을 했다. 그 당시 모 대기업에 식자재를 납품하려고 했지만 농장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으면 잘 받아주지 않았다. 계란을 직접 생산하는 농장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충남 당진에 있는 당진농장과 거래를 했다. 사실상의 동업이었다. 당진농장으로 회사 이름을 개명한 이후 납품처도 늘고 회사 수익도 좋아졌다. 현재 강 회장의 당진농장에서는 30~40만개의 물량을 취급하고 있으며 계란을 납품 받는 농장수도 7~8개 정도로 늘어났다.

강 회장은 계란 유통에 대한 각오가 남달랐다. 누가 하루에 300판을 판매하면 본인은 3천판을 판매해야 했다. 혼자 1500판을 판매한 적도 있었다. 오직 일만 생각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런 과정들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자기 목표를 이루어 가는 힘을 키워줬다. 강 회장은 계란 유통은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이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기업은 강 회장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였다. 그래서 계란 유통의 후배들을 위해 무언가는 해야 했다. 강 회장은 수동적으로 일한 사람이 아니었다. 중소기업도 중소기업만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생산시설, HACCP, 집하장 등 중소기업도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했다. 강 대표가 서울 시내에 집하장을 만든 이유다. 강 회장은 만들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생산자를 위한 집하장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집하장이었다. 그래서 2014년 1월 이곳 구로동의 터를 매입하였고 그 후 협업화 사업을 진행하고 협동조합을 만들고 적합업종에 신청하는 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였다.

대기업의 힘에 맞서 밀리지 않으려면 중소기업만의 협력 시스템이 필요했기에 업계 구심점으로서 계란유통협회의 역량을 강화시켜 나갔다. 당진농장이 구로동에서 새로운 터전을 만든 것은 계란 유통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모델이 되자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결과였다.

(사진) 당진농장의 계란 상품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
(사진) 당진농장의 계란 상품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
신선한 계란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1순위, 관리시스템 강화

"생명이 숨 쉬는 상품이니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선하게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것을 1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당진농장은 혹서기 계란 보관을 위해 에어컨과 선풍기를 이용해 15~21℃로 온도를 관리하고 있다. 하루 계란 30만개를 책임지고 있는 강 회장은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적극적으로 일에 달려들어 함께 땀을 흘리며 쌓은 팀워크가 없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직원들과 함께 계란을 상·하차하는 모습은 관리자 보다는 동료에 가까웠다.

“제품에 대한 품질관리 덕분에 늘어난 것은 납품처입니다. 특히 다농마트 이사님들이 저의 진정성을 믿어 주셨습니다. 친환경 HACCP도 철저히 하고 어제 낳은 계란을 꼼꼼하게 선별해서 납품을 했습니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제가 조금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땀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대기업과도 상생을 위한 소통을 생각합니다. 대기업도 고충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차별화된 자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협회장일을 하게 된 계기였고 계란 유통인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

힘들 게 사업을 이룬 사람은 자기 땀의 가치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강 회장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사업 초창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계란 배달하고, 수금도 다녔다. 잠 잘 시간도 없었고 미수금도 많았다.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안주면 못 받기 십상이었다. 젊은 객기로 술을 먹고 싶었지만 술 먹은 빨간 얼굴로 거래처를 만나면 당연히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술을 끊고 고객을 위한 진심을 다했다.

강 회장은 예전에 할머니 밑에서 자랄 때 들었던 할머니의 말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감나무에 열린 감을 딸 때 까치가 먹을 감을 몇 개 남겨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상대방을 위한‘최소한의 배려’를 강 회장은 어릴 적부터 배웠다. 지금 성공한 계란 유통인으로 자리를 잡은 그는 한 가지만 생각했다. 소비자들을 위한 품질에 대한 열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란 유통인들의 사회적 인식 제고에 노력

계란 관련 가금 산업에서 매년 반복되는 AI는 재앙임과 동시에 사회적 재난이다. AI로 생업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강 회장은 협회장으로 취임 후, 그 동안 계란 유통인들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시선을 올바르게 고치는 것에 역점을 두고 계란 유통업의 특성과 현실을 알려왔다. 특히,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계란 가격은 계란 유통인이 정하고 중간에서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억울하다고 했다.“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과잉 생산입니다. 산란계 농가 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지만 계란 생산량은 매년 갱신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요즘은 대형 농장과 대형 마트가 갑이에요. 오히려 저희 유통업자들이 어떻게든 거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피해를 감수하면서 유통하는 현실입니다.” 계란 가격은 농장들이 정하기 때문에 유통인들이 마음대로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강 회장의 주장이다.

현재 계란유통업을 관리하는 기관도 두 개나 되어서 문제라고 한다. 계란을 취급하니 축산물에 들어가 농림축산식품부가 소관기관이고 식품에 해당되니 단속은 식약처에서 한다. 두 기관 모두 독자적으로 정책을 시행하지만 지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특히 AI가 발생할 경우 생산자 단체, 즉 농가의 경우는 보상을 해주지만 계란유통인들의 피해 보상은 전무하다고 한다.

(사진) 당진농장을 만들어 온 강종성 회장
(사진) 당진농장을 만들어 온 강종성 회장

협회 경쟁력을 위한 '참 착한 계란' 공동브랜드 개발

강 회장은 계란유통협회 회장을 7년째 맡아 계란유통인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장직을 연임하며 후배들의 애환을 온몸으로 느꼈기에 더 열과 성을 다하게 되었다. 강 회장의 사무실에는 당진농장에서 개발한 브랜드와 각종 로고가 박힌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참 착한 계란> 은 협회 차원에서 중소기업 공동브랜드화 차원에서 만든 제품이다.“협회 공동브랜드화를 시도했으나 공동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사료회사인‘참 착한 사료’와 함께 공장의 라인 생성, 관리 대행 시스템 등을 만들어 일원화된 체계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강 회장은 협회장으로 일할 때 중소기업의 힘을 모아 하나씩 추진해 갔다. 사실 공동브랜드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비용이 소요되어 부담도 컸지만 중소기업 자체 경쟁력을 키위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공동브랜드 작업을 진행했다.

계란 유통업자들은 30평 정도의 건물의 1층에서 장사를 하고, 2~3층은 세를 내주고, 4층에는 살림집을 차리는 것이 꿈이었다. 강 회장도 그런 꿈을 키워 갔으며 그 꿈을 사업을 시작한지 17년만인 2000년도에 이루었다. 강 회장이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자기희생과 노력이 참 눈물겨웠다. 강 회장은 계란 유통인들의 중심을 잡아줄 협회가 힘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얘기 한다. 물론 유통인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집하장도 생산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 위주 집하장이 활성화 되어야 하고 생산, 유통, 가공 과정도 단일화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맞춤형 배달도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지역과 소비자의 스타일에 맞게 배달 시스템도 차별화하도록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회장은 이야기한다.

“우리 유통인들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진심을 다한다면 언젠가 저희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남은 임기동안 유통인 후배들의 디딤돌이 되어 사각지대에 놓인 계란 유통업 개선을 위해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여 협회 회장으로써 최선을 다할 것 입니다.”



조양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