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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천안당 앙금을 만드는 사람들, 40년 앙금 외길 '동아식품'

[푸드경제TV 조양제 전문기자] 우리가 빵을 먹으면서 '빵에 들어간 앙금은 누가 만들까'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40년 동안 빵에 들어가는 앙금을 만들어 온 기업 '동아식품' 이 있다. 동아식품의 시초는 동아앙금이다. 동아앙금으로 사업을 시작할 즈음인 1976년, 우리나라는 앙금 시장이 사업화가 안 되어 있었다. 보통 곡물의 전분을 갈아서 식품산업에 응용했다. 거기서 나온 것이 고구마 전분, 감자 전분이고 그것을 상품화 한 것이 앙금이다. 앙금사업은 일본사람들이 만들어 놓고 간 제본소가 시작이었다. 보통은 앙꼬공장이라고 하는데 일본사람들이 귀국할 때 그대로 놓고 갔다. 지금 앙금공장은 거의 다 없어지고 동아식품을 포함해서 몇 개의 업체만 남은 상태다. 앙금의 종류도 팥앙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섞는 것에 따라 호박앙금, 깨앙금 등이 있다. 현재 동아식품이 취급하고 있는 앙금 품목은 50여 가지가 넘는다.

(사진) 40년 앙금사업으로 외길을 걸어 온 '동아식품' 의 주요 제품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저희 아버지께서는 처음에 곡물사업을 시작하셨지요. 아버지는 많이 배우지는 않으셨지만 자식들 가르치려는 교육열 만큼은 어느 부모 못지 않게 높으셨죠. 그렇기에 저를 이렇게 만드신 거겠죠. 시골 전라도에서 빈손으로 올라와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말 그대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점심값이 없어서 밥도 여러 번 굶으셨습니다. 전라도에서 콩을 갖고 올라오셔서 판매를 하셨는데 처음부터 팥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앙금사업을 하던 거래처 어느 분이 많이 아파서 사업을 못하게 되자 30여평 정도 되는 그 사업장을 인수하시게 됩니다. 지금은 보일러지만 그때는 연탄불로 끊이고 전부 손으로 작업을 했었죠. 배송할 때는 물건을 짐자전거로 날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앙금사업이 지금의 동아식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 문현주 대표는 사실 앙금사업을 할 생각이 없었지만 장남이다 보니 선친의 가업을 자연스럽게 잇게 되었다. 선친은 한국팥류가공업협동조합 4대 이사장도 하면서 나름 열정적으로 사업을 하였다. 지역에서도 명망이 좋았다. 양주지역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동아식품 대표임에도 검소하고 지역을 위해 일을 많이 하는 선친을 칭찬한다. 그런 선친의 명성에 누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현주 대표는 더 열심히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장을 확장하고 연구소 인력을 충원하는 등 나름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추진했다. 동아식품이 지금의 양주공장으로 확장 이전하기 전까지는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기거한 양주 회암사지 일대에서 사업을 했다. 회암사가 나라에 수용되는 바람에 2004년 현재의 자리로 이사하였다.

(사진) 선친에 뜻을 이어 동아식품을 운영중인 문현주 대표이사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
(사진) 선친에 뜻을 이어 동아식품을 운영중인 문현주 대표이사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
문 대표는 이사하기 전에 며칠을 이 사업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심지어 사업을 접을 것인가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5~600평 되는 곳에서 사업을 하다가 2,300평 되는 곳으로 옮겨 오면서 기왕 이면 제대로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확장 이전에 따른 고통도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부채도 커지고 수주량은 증가했지만 책임져야 할 직원도 늘어 마음의 부담이 늘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선친이 쌓아 놓은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하려고 더 열심히 일했다. 아버지보다 사업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문 대표의 땀과 고민과 열정으로 지금의 동아식품을 만들었다.

“ 사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면 이렇게 공장을 키울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공장을 크게 하고, 사업을 키우는 건 함께 땀을 흘리는 우리 직원들 때문입니다. 우리 직원들이 같이 잘 벌어서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참 중요합니다. 저와 김동주 부사장은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명절에 선물을 주는 것도 가장 사이즈 큰 것으로 주어서 대외적으로 자부심을 느끼게 합니다. 여름에는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넣어 놓고 마음껏 먹게 합니다. 야유회도 종종 가서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면담도 적극적으로 해서 직원들의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단점 없는 사람도 없지만 장점 없는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기왕이면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 저희 동아식품의 전략이죠.”

인생을 맛있게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자기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 가는 사람 아닐까. 경기도 양주에 있는 동아식품 문현주 대표가 그런 사람이다. 몇 마디 얘기를 듣는 순간 유쾌하고 인생을 멋있고 맛있게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소기업이지만 당당했고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자기만의 희망과 꿈이 있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풍류도 있었고, 직원들을 따뜻하게 감씨는 포근함도 있었다. 40년 동안 앙금 외길을 걸어온 기업의 이력만큼이나 단단한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동아식품이 걸어온 길을 보니 중소기업이라기보다 강소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강소국가인 네덜란드처럼.

자체 브랜드 개발 노력, 유명 빵집 성심당, 천안당 등에 동아식품 앙금 납품

동아식품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중 눈에 띈 것이 <팥드러슈>였다. 네이밍도 디자인도 독특했다. 회의를 하다가 생산팀장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채택했다고 한다. 앙금에 포함된 재료에 따라 콩이 들어가면 <콩드러슈>, 팔이 들어가면 <팥드러슈>다. “아시다시피 중소기업이 인지도를 높혀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세련된 대기업 브랜드와 맞선다는 것 자체가 싸움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OEM 방식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이 중소기업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저희 동아식품은 저희 자체 브랜드로 소비자와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브랜드가 <팥그루>입니다. 팥그루가 모 브랜드고 그 밑에 <팥드러슈>가 나온 겁니다.” 제품 소개를 맡은 김동주 부사장은 동아식품의 브랜드 개발에 열정과 의욕이 넘쳤다.

(사진) 양주에 위치한 동아식품, 왼쪽 위로 부터 시계방향으로 회사 정문, 회사 내부, 물류창고, 기업부설연구소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
(사진) 양주에 위치한 동아식품, 왼쪽 위로 부터 시계방향으로 회사 정문, 회사 내부, 물류창고, 기업부설연구소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
동아식품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주요 납품처인 대기업을 생각하면 눈치가 보인다. OEM 형태로 제품을 받는 대기업이 좋지 않게 보는 것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중소기업이라고 대기업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자체 브랜드 개발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그리고 제품 비중을 대기업 OEM과 자체 브랜드를 5:5로 맞추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또한 동아식품은 전략을 새롭게 바꿔 내수만큼이나 해외의 비중을 넓힐 생각이다.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에 가보면 소비자들은 외국 식품을 정신없이 구매한다. 김동주 부사장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나라 제품도 외국에 수출해 불티나게 판매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대기업들이 취급하는 앙금제품의 팥 원료를 보면 대부분 중국산이다. 시실 팥은 국산으로 만들기 어렵다. 국산 팥 농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현주 대표는 우리가 원료를 중국산 팥을 쓴다고 하지만 결국 우리나라 사람의 땀과 우리나라의 기술로 만드는 것이라면 그걸 국산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 시대에 원료 수급도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인의 정성과 손맛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동아식품은 광고를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에서 동아식품의 제품을 요청한다. 카탈로그도 배포하지 않은 채 커튼에 가려진 회사가 동아식품이다. 동아식품의 고객들은 지인의 소개로 찾아오거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주요 납품처는 롯데나 SPC 그룹 등 대기업을 비롯하여 군산의 유명한 빵집인 대전 '성심당', 천안의 호두과자 '천안당' 에도 동아식품의 앙금이 들어간다.

중국팥 수급문제가 중요, 관세유보 등 소상공인 보호정책 필요

동아식품은 대기업은 물론 지역 빵집도 적극적으로 만난다. 단 무리한 요구나 조건은 거절하는 편이다. 팥은 중국팥을 주로 쓰는데 판유가공협회를 통해 공동구매로 들여온다. 중국팥을 쓰는 이유는 국산팥과 비교해서 비용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중국팥은 1kg에 2400원인데 반해서 국산팥은 12,000원이다. 대기업도 중국팥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중국 제품을 쓰지만 점차 의존도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동아식품은 농지를 취득하여 별도의 농업법인을 만들고 고구마나 호박, 팥 등을 직접 재배하여 중국 농산물의 무차별 공격을 막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동아식품의 경영사항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중국팥의 수급문제다. 작년에는 중국팥의 수급이 불안정했다. 수입해서 들어와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이 붙었다. 팥 제품은 정부가 수입해서 풀어주는 상황인데 이론과 현실이 맞지 않아 단가는 오르고 덕분에 수익성은 떨어졌다. 중국팥과 국산팥은 가격차이가 있는데 이걸 하나로 묶어 수급 조정한다는 건 현장을 모르는 행정이라고 설명한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 정부가 김치나 팥과 같은 국민식품에 관세인하 유보를 해준 것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대단히 잘한 것이라고 칭찬한다. 덤핑으로 중국산 천지가 된 세상에 팥 제품도 김치와 동등하게 관세유보를 받았다. 팥 같은 전통 국민식품의 경우 관세인하를 하면 중소 업체들은 더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불공정 경쟁에서 보호를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동아식품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앙금연구중인 연구원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
(사진) 동아식품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앙금연구중인 연구원 / 사진 = 조양제 전문기자
동아식품의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성향이 다른 두 리더가 서로를 보완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현주 대표는 안전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편이라면 김동주 부사장은 추진력이 좋다. 문 대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진정한 영업사원이라고 한다. “저희는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마인드만큼은 대기업 못지 않은 마인드로 사업을 합니다. 생각이 더 큰 것이고 그래서 대기업과 거래할 때도 위축이 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규모는 대기업보다 작을지라도 앞으로 개척해야 할 시장은 다른 기업보다 크기 때문이다.

문현주 대표는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표창과 자랑스러운 기업인상 등을 수상하면서 그 열정과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동아식품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R&B 시설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유통망도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으로의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동아식품은 소비자에게 보다 안전한 식품을 만들어 공급하기 위해 국내 업계 최초로 양주공장을 스테인레스 스틸로 마무리하여 청결하고 안전한 환경울 구축하였다. 또한 국제식품안전규격인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과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인증까지 획득하여 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세계 기준의 식품안전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의 방류수 수치를 정해놓고 조업을 하고 있어 인근 주민의 믿음과 신뢰를 높이고 있다. 동아식품은 별도의 특허기술도 가지고 있는데 성심당의 통팥앙금이 바로 그 특허기술 중의 하나이다.

문 대표는 사업에 대한 열정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저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체인 ‘사랑일굼터’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독거노인 집 고쳐주기, 결손가정 지원,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 급식비 지원까지 십 수년을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또 양주시 소재 노인요양보호시설에 방문해 직접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경기도 푸드뱅크 및 양주시 무한돌봄센터, 양주시희망장학재단 등에 매년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문 대표는 이런 봉사활동 외에도 국내 30여개 중소기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팥류가공업협동조합 이사, 경기북부기업인연합회 이사, 양주시 시정연구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바탕으로 업계 발전에도 최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다.



조양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