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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해외


줄어드는 '덴마크의 음식물 쓰레기'

덴마크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줄고 있다.

덴마크는 개인당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유럽에서 2번째로 많았다. 한사람이 1년에 버리는 음식물은 668kg에 달했다. 한 여성은 이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녀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캠페인을 벌였고, 덴마크 기업 문화와 소비자의식 변화에 시발점이 됐다.

여성의 이름은 ‘셀리나 율(Selina Juul)’이다. 러시아에서 덴마크로 이민 온 그녀는 현지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러시아에선 음식이 귀했지만, 덴마크에선 멀쩡한 음식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 모습에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음식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도 있는데 왜 멀쩡한 음식을 버리냐’고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비웃음이었다.

셀리나는 음식이 낭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행동’을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벌였다. 2008년 페이스북에 소그룹 ‘Stop Spild Af Mad : Stop Wasting Food’을 만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활동했다. 캠페인은 명성을 얻었다. 시작 2주만에 전국구 미디어에 보도됐다. 3개월 뒤, 셀레나는 유명 슈퍼마켓 체인 ‘Rema 1000’에게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겠다는 연락도 받았다. Rema 1000은 그녀에게 200여 개 매장에서 식재료 대량 구매 시 할인을 해주는 제도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열풍으로 새로운 개념의 매장도 등장했다. 위푸드(WeFood)다. 위푸드는 신선한 식품이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흠 있는 제품만 판매한다. 폐기 직전 상태인 식품을 팔아 저소득 국가를 돕는 것이 목표다.

위푸드 매장 직원은 코트라 코펜하겐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신선하지는 않지만 먹을만한 과일, 채소 빵 등의 신선류 제품과 유통기한이 몇 개월 지났지만 먹어도 이상이 없는 가공식품이 주를 이룬다”며 “제품 가격은 개당 1덴마크 크로네(한화 약 170원)에서 5덴마크 크로네 내외로 식자재의 경우 보통 30~50%정도 저렴하다”고 했다.

'로스 마켓(LØS Market)'은 포장 없는 슈퍼마켓을 표방한다. 소비자는 용기를 따로 가져와야 하며 필요한 만큼만 용기에 담아 갈 수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신선해보이지 않는 제품을 할인해 판매하기도 한다.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는 셀리나 율(Selina Juul) (사진 = www.selinajuul.com)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는 셀리나 율(Selina Juul) (사진 = www.selinajuul.com)

한편, 셀리나는 유명세에 안주하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캠페인 확산에 나섰다. 매주 2번 TED같은 미디어에 출연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알렸다. 책 도 출간해 캠페인의 인지도를 높였다. 소비자들이 남은 음식을 싸가도록 포장지 ‘Goodie Bag’도 내놨다.

캠페인은 효과적이었다. TNS 갤럽의 최근 조사 결과, 덴마크인 2명 중 1명 꼴로 음식물 쓰레기를 전에 비해 덜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덴마크 전교조(Danish Union of Teachers)와 손잡고 학생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3개 EU국가에서 21개 파트너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음식물 쓰레기 절감 연대 ‘FUSIONS’(Food Use for Social Innovation by Optimising Waste Prevention Stategies)에도 동참했다. 앞으로 그녀는 정부·NGO·기업 차원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50%가량 줄일 수 있는 유럽식 플랫폼 만들기에 전념할 계획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냉장고 파먹기'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며 "음식물 쓰레기 다이어트는 우리나라, 덴마크뿐만 아니라 글로벌 과제이므로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참고자료 : KOTRA 코펜하겐 무역관 보고서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