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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맛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음식 문화콘텐츠

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매년 10월에 열리는 파리 국제 식료품 살롱(SIAL)전은 많은 파리 시민과 외국인 그리고 식료품 회사들의 참가하는 대표적인 음식문화콘텐츠 전시회다. 살롱전에서는 음식문화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중요한 정보들을 살펴 볼 수 있다. 전시회를 통해 전 세계 식품회사가 추구하는 신제품과 지역에서 출품한 토속적인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의 모든 음식문화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만나 볼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준다.

파리 SIAL전을 통해 파리 시민들은 세계 음식문화의 흐름과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된다. 유럽인들의 소비 문화와 트렌트를 연구해 기업에 마케팅 자료를 제공하는 파리 Sociovision사의 대표이사 Fourcat씨는 "21세기 소비자들은 생리적인 욕구만을 충족시키는데 만족하지 않고, 기쁨과 건강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획득하는 음식문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세계 음식문화의 흐름과 경향을 소비자가 추구하는 욕구, 기대심리 등과 연결시켰다.

21세기 소비자들의 구매 동기는 식품의 영양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식품의 상징적인 가치다. 소비자들이 기쁨과 건강의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소비가치 2가지를 원하는 멀티 소비자들은 식료품의 생산에서부터 제조과정, 판매과정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점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우리들은 음식 재료의 원산지와 재배방법, 전통과 퓨전의 조리기법 등을 통해 음식의 안전성을 점검한다. 환경에 오염되지 않은 바이오 식품(바이오 와인, 바이오치즈, 유기농 채소 등)과 전통방법으로 재배 생산 사육된 식료품(발효식품, 농장 가축, 자연산 식품 등)을 선호하고 있다.

인공적 화학적 기술로 생산한 식료품은 거부하고 식료품이 본래 가지고 있는 영양학적 가치를 자연적으로 최대한 살린 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식당을 선택하는 기준도 조리과정에서 화학조미료의 사용 여부와 식재료의 신선도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 소비자들은 슬로우 푸드처럼 음식의 정체성이 투명한 음식을 선호하고, 식료품을 구입할 때도 제품의 브랜드 정체성(HACCEP 인증, 유통기한, 원재료명 등)이 확실한 제품만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패턴은 식료품의 정보 탐색만이 건강의 가치를 보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의 '삼시세끼'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의 심리적인 심층구조 속에 숨겨진 음식 문화코드와 트렌드를 영상으로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삼시세끼'에 출연한 캐릭터들은 현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해 맛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맛의 기쁨을 서로 공유하는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있다. 모던하고 도회적인 식공간이 아닌 투박한 자연의 식공간에서 발효과 자연의 식재료가 창조하는 맛의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맛의 기쁨은 두가지 공간에서 역동적으로 창출되고 있다.

첫번째 공간은 생리학적 공간이다. 입안에 들어간 음식물이 조력자인 이빨·혀·잇몸·침 등의 도움으로 맛있는 무미(無味)의 분자로 용해돼 즙이나 죽의 형태로 변형돼 음식의 향은 비강으로 발산되고 일부는 미각을 수용하는 혀의 중심에 모이게 돼 미각을 체감하는 공간이다.

두번째 공간은 미학적 차원에서의 식공간이다. 음식을 소비하는 공간이 중요하다. 식공간은 이항 대립으로 차별화 시킬수 있다. 자연과 문화, 도시와 농촌, 모던과 전통, 우아함과 단순함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또한 많은 미식가들은 음식을 입에 넣기 전에 테이블 세팅, 푸드 스타일링, 식공간의 분위기 등을 충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각적인 맛의 이미지가 창출되는 공간이다.

미식가들이 느끼는 맛의 메카니즘은 음식을 입에 넣기 전에 식공간에 배치된 소품과 음식의 스타일링(외관, 색깔, 배치)을 지각한 뒤, 음식의 신선도와 입안에 들어갔을 때 질감(texture)을 떠올리게 된다. 그 다음 냄새를 감지하는 능동적인 감각적 활동을 통해 맛의 기쁨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미건조하고 고정된 밥상보다는 흥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밥상을 기대한다. 미식가들은 일상에서 마주 대하는 밥상에 바르트의 상징적인 함축의미(connotation meaning)를 부여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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