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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유통마진이 왜곡시킨 꼭 필요한 유통경로

- 과한 유통마진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어

[푸드경제TV 최낙삼 전문기자] 국내 편의점에서 처음으로 돼지고기 생육을 판매한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7월 편의점에 출시된 삼겹살과 목살은 최근 늘어난 1인 가구의 구매 편의와 시식의 간편함을 위해 소포장(300~800g) 단위로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정말 편의점에서 별거를 다 살 수 있다”,“이젠 고기를 사기 위해 따로 정육점을 찾아가거나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된다” 라고 반기는 한편 “혼밥족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상술을 부리는 것 같다”,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구입한 후 집에서 생각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는 의견도 있었다.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언제든 고기를 먹고 싶을 때 시간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 한 번에 먹기 좋은 양으로 싱싱한 냉장육을 질소포장까지 해서 깔끔하게 제공하는 편리성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이 불편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래시장과 정육점의 일반적인 소비자 가격보다 40%가량 비싼 가격 때문이다.

소비자 편의성과 한돈의 소비 확대라는 축면에서 편의점의 생고기 판매는 획기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40%나 비싼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지불하게 하는 것은 적당한 것일까?

편의점의 돼지고기 가격이 비싸진 이유는 상품의 특성에 관계없이 적용되는 유통마진 때문이다. 생산지에서 출하된 제품은 소비자에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유통경로를 활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통주체들은 유통경로 상에 있는 상품의 이동을 주관하며 수수료라고 불리는 비용을 청구하게 되는데 이것이 흔히 말하는 유통마진이다.

(관련사진) 편의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판매를 시작한 돼지고기 생육유통마진은 상품을 유통시키는데 필요한 경비와 기업의 이윤이 이전 유통업체로부터 전달 받은 상품가격에 더해져서 다음 유통업체로 전달되기 때문에 유통경로가 길면 자연스럽게 유통마진의 합도 올라가게 된다.

유통경로와 취급 상품 측면에서 볼 때 편의점은 업태 자체가 태생적으로 유통마진이 매우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편의점 상품은 대부분 소포장 제품이다. 당연히 포장비용과 포장시간이 많이 든다. 중소 편의점까지 더하면 전국에 5만개가 넘는 점포가 운영 중이기 때문에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서 지불되는 물류비와 인건비, 보관비도 상당하다.

더군다나 24시간 운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매장 인건비와 점포유지를 위한 경비도 있다. 재래상가와 정육점들은 쉬고 있을 때 편의점은 냉장고와 밝은 조명을 켜두고 판매인원을 배치해야한다. 편의점 본사의 관리비용도 있어야 하고 각 대리점주에게 보장된 점포의 이익도 있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현재 편의점의 유통마진은 65%를 넘는 경우도 흔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구조에 더하여 편의점 본사들이 지속적으로 본사의 이익높이기를 목표로 하다 보니 편의점의 판매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

비싼 가격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하여 한돈 관계자가 “편의점들이 챙겨야 하는 수수료가 있기 때문” 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너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본사가 다양한 명목으로 너무 많은 마진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가 없다.

높은 마진은 TV홈쇼핑도 마찬가지다. 20여 년 전 TV홈쇼핑은 백화점의 높은 마진과 대기업 중심의 진입장벽을 탓함과 동시에 중소기업 상품들의 판매와 마케팅을 위한 채널을 자처하며 탄생했다.

TV홈쇼핑은 런칭 첫해부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던 40~50대 주부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들은 전국 주부들에게 집에 앉아서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반품까지 보장된 다양한 상품을 쇼핑하는 편의를 제공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개뿐이던 채널은 10개의 T-커머스 채널과 더불어 현재 17개로 늘어났고 시장 규모는 2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는 동안 20% 내외였던 사업 초기 마진은 현재 모든 유통업체에서 마진이 가장 낮은 품목 중에 하나인 식품조차도 배송비를 포함하면 35%에 이르고 일부 상품들은 45%에까지 근접해 있다. TV홈쇼핑은 백화점 보다 더 높은 수준의 마진을 요구하면서도 현재도 중소기업 상품들을 위한 판매채널임을 자처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이는 기업의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유통경로에 대한 이해를 왜곡시키고 유통경로를 오해하게 하거나 혹은 이를 악한 것으로, 혹은 생산자의 가치를 폄하하고 소비자의 가치를 훼손하게 한다면 이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조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에서 비싸기로 소문난 부동산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매년 늘어나는 편의점 본사와 홈쇼핑사들의 높은 이익, ‘대기업 임직원’ 이라는 명목 하에 경쟁적으로 지급하는 높은 급여, 자랑하듯 후하다 못해 과한 복리후생은 유통경로에 있으면서 필요이상으로 취한 마진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의점과 TV홈쇼핑사는 기업의 목표를 ‘더 많은 이익 창출’ 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바꿔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은 기업이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 이상을 감당할 때 가능하다. 나만의 수익창출이라는 목표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회사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지만 수익창출만을 목표로 하는 회사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어려운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와있기 때문이다.



최낙삼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