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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종 커피왕을 보내며 배워야 하는 것들

- 상품도 사업도 트렌드를 고려해서 기획되어야

[푸드경제TV 최낙삼 전문기자] ‘오너갑질’ 과 ‘치즈통행세’ 문제로 시끄러운 프랜차이즈 업계에 뜻하지 않던 비보가 들렸다. “나의 강점은 무모한 자신감” 이라고까지 얘기하며 다방커피 뿐이던 한국시장에 ‘커피전문점’ 이라는 새로운 포맷의 사업모델을 제시하며 ‘할리스커피’를 시작으로 ‘커피왕’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게 되었던 망고식스 강훈(49) KH컴퍼니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었다.

‘창업계의 독보적인 영웅’ 으로, ‘식음료업계의 마이다스 손’ 으로 애칭 되던 故강훈대표. 그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1세대 경영인이었다. 1992년 신세계 공채 1기로 입사한 강훈 대표는 스타벅스 한국 론칭 태스크포스(TF) 멤버로 커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외환위기로 스타벅스의 론칭이 연기되자 그는 무모한 자신감과 1500만원의 현찰을 밑천삼아 1998년 김도균 현 탐앤탐스 대표와 ‘할리스커피’ 를 공동 창업하며 커피인생을 본격화했다.

(사진) '커피왕' 강훈 대표가 남기고 떠난 '망고식스 매장사업 확장에 대한 뛰어난 직감과 추진력으로 강남역 지하 14평 1호 매장을 시작으로 커피사업을 본격화된 그는 2003년 할리스커피를 매각하며 커피업계를 떠나는 듯했다. 그러나 2008년 매장 2개로 지속적인 사업전개 위기에 있던 카페베네의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시 커피업계에 몸을 담았다. 그는 카페베네 사장을 역임할 당시 업계 최초로 가맹점 500호점을 넘기는 웃지 못할 ‘바퀴베네’의 신화를 남겼고 2010년에는 자신만의 회사인 KH컴퍼니를 세우고 이듬해 카페베네 퇴사와 동시에 ‘망고식스’ 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그는 망고식스에서도 가맹점 확대에 집중하여 2년 만에 130여개 가맹점을 확보했고 2016년에는 ‘커피식스’, ‘쥬스식스’ 등을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타벅스보다 더 큰 토종카페를 만들겠다’ 는 그의 꿈은 탄탄하게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자금유동성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주력 프랜차이즈인 망고식스가 추가 매장 확보에 실패하고 매장 수가 줄어들면서 수익 기반이 흔들리자 매출구조는 적자로 전환되었고 부채는 70여억 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특별하게 행복했던 기억을 말하지 못했던 사람이지만 사업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누리며 사업을 통해 만난 누구에게든 강한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해왔던 故강훈 대표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서를 제출한 것도 모자라 더 이상은 뭔가를 더 하고 싶지 않을 만큼 그를 포기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으며 한 때 ‘최고’ 라고 불렸던 그를 떠나 보내면서 또 다른 사람들을 떠밀려 보내지 않기 위해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짚어 보았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시장과 커피시장은 심각한 포화상태에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5,000개가 넘고 커피전문점은 92,000여개에 이른다. 커피전문점이 국내에 소개된 지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커피산업은 고객들의 니즈와 업계의 대응이 상호작용하며 눈에 띄게 세분화되었고 고급화되었다.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지 오래다. 특히 3년 전부터 GS25, CU 등 편의점이 편의점 커피를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커피전문점은 전문점 수에 편의점 수를 더한 것만큼 많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커피를 취급하는 음료사업은 사업초기에 있어 충분한 데이터와 타깃 고객들의 충분한 라이프스타일 및 필요(needs)와 요구(wants)를 가름하는 기획력이 추진력보다 훨씬 중요하다. 추진력과 직감으로만 신사업과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하던 시대가 지났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오너의 영감이나 확신으로 시장에 진입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현재는 고객입장에서의 철저한 고객 분석과 전략적인 상품기획이 동반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돈이 아니라 가맹점주의 돈으로 함께 성장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라면 고객들이 인지할 수 있는 차별화는 새로운 사업의 필수사항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커피 전문점이 만연한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커피 전문점은 저가정책만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저가격은 심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매출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수익성을 하락시키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사진) 강훈 대표의 꿈이 남아 있는 망고식스 내부
(사진) 강훈 대표의 꿈이 남아 있는 망고식스 내부
가맹점의 확대만이 유일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확대 수단인 수익구조의 전환도 필요하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프랜차이즈 본연의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간의 수익배분이 라이센스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성공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과 관련이 없거나 매우 적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1990년대 프랜차이즈 가맹 희망 점주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경쟁적으로 가맹점주를 확보하고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도 ‘라이센스비를 받지 않는다.‘ 라는 것을 유치 전략으로 내세우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신 매장 인테리어나 식자재를 특정한 것으로 제한하며 이에 물류비와 자재비, 개발비와 이익을 더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가맹본사의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프랜차이즈 본사는 메뉴개발이나 프로세스 개선, 교육훈련과 지속적인 마케팅을 통한 내실보다는 어디든지 지속적인 매장확대와 정기적인 인테리어 개보수만이 가맹본부의 수익기반이 되는 형태가 이어져 온 것은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이를 위해 구조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방과 투명한 공개가 수반되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최신의 자료, 믿을 수 있는 자료를 필요한 시점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자신들의 가맹점이 가맹점주로서 본사가 제공한 라이센스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차별 없이 제공하고 있는지, 그에 따른 실적은 어떤지를 투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커피왕의 죽음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모두에게 울리는 경종이 크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프랜차이즈 본사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자정의 기회로, 가맹점주들은 원칙에 의한 가맹사업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기회로, 공정위 등 정부 관계부처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상생협력의 구조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최낙삼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