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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인문학] 식탁의 역사, 기술과 도구로 접근하다

포크를 생각하다: 식탁의 역사, 저자 비 윌슨

식탁의 역사를 기술과 도구로 새롭게 접근했다.

'포크를 생각하다: 식탁의 역사'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다양한 기술과 도구들의 발명에 따른 식탁의 역사를 조명했다.

정치사상사를 전공하고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비 윌슨이 경험을 살려 식탁의 미시사를 꼼꼼하게 추적했다.

'포크를 생각하다: 식탁의 역사'는 냄비와 팬, 칼, 불, 계량, 갈기, 먹기, 얼음, 부엌 등 식탁의 역사에 빠질 수 없는 핵심적인 기술 8가지를 보여준다.

온갖 재료를 삶고 끓일 수 있는 냄비와 솥의 등장으로 치아가 없어진 뒤에도 생존할 수 있는 인류의 진화를 보여준다. 칼의 사용이 동서양의 음식문화의 차이를 만들고 이상적인 치열구조로 진화할 수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불의 사용으로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대폭 증가한다. 얼음의 등장으로 식품 보존 기법이 염장, 건조 등에서 벗어난다.

냄비와 팬

냄비에 채소를 삶는 것은 너무나 손쉬운 일이어서 이 과정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이다. 채소를 삶는다는 생각 자체가 인류에게는 엄청난 진화였다. 음식을 삶아 먹음으로써 인류는 치아가 모두 없어진 후에도 생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궁핍한 시절의 요리법은 솥에 모든 재료를 넣고 끓이는 것이었다. 솥은 인류의 기나긴 배고픔의 역사를 증언하는 도구이다.

팬에 대한 역사는 더욱 복잡하다. 팬으로 우리는 수많은 요리를 해낸다. 우리는 우리의 팬이 완벽하기를 바란다. 논스틱 코팅 팬의 등장과 더불어 음식이 잘 들러붙지 않는 팬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끝난 듯 보이지만, 이상적인 팬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비 윌슨의 생각이다.

주방에서 칼은 많은 일들을 해낸다. 칼은 사용할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는 도구이기도 하다.

칼로 인해서 서양과 동양의 요리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비 윌슨의의 설명은 매우 흥미롭다.

서양의 요리는 식탁에서 음식을 잘라서 먹는다. 이로 인해서 칼로서의 본래 기능을 상실한 식탁용 나이프가 등장했다.

동양의 요리는 음식이 모두 부엌에서 잘라져서 나오므로 식탁에서는 음식을 자를 필요가 없다. 동양과 서양 모두 음식을 잘라 먹게 됨으로써 현재 우리가 이상적인 치열이라고 생각하는 피개교합(윗니가 아랫니보다 살짝 앞으로 나와 있는 모양)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음식이 인류의 신체구조를 바꾸어왔음을 알려준다.

인류 최초의 조리법이자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조리법은 로스팅, 즉 직화구이였다.

인류가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대폭 증가하게 되었다. 불이야말로 부엌의 역사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해왔다. 현대 이전의 부엌은 모두 불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불을 관리하는 것은 부엌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위험한 일이었다. 불을 가두고 관리하는 일은 가스불의 발명으로 인해서 안전해졌다.

계량

요리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계량이다.

들어가는 재료의 양은 물론이고 재료를 익히는 시간, 재료를 익히는 열의 강도 등 요리는 계량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통일된 도량형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인류는 혼란스런 체계로 서로 다른 측정방법을 사용했다. 과학이 발전하기 이전에 인류는 어떻게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을 정했을까? 비 윌슨이 예로 든 것은 호두이다. 호두는 크기가 대략 일정한 것으로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요리의 시간은 어떻게 측정했을까? 답은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세는 종교가 지배하는 시기였으므로 시간은 주기도문이나 아베마리아를 몇 번 외우라는 식으로 측정했다.

주방에서 가장 최근에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오븐의 온도이다. 온도계가 없던 시절에는 오븐에 밀가루나 종이를 넣어 변색되는 것을 보고 온도를 쟀다.

갈기

인류가 곡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여성들의 엄청난 노동의 역사가 이어졌다. 낱알을 갈아 먹기 좋은 알맹이만 남기고, 밀을 빻아 밀가루를 만들고, 여러 가지 향신료들을 갈았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달걀이 베이킹의 재료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달걀의 풍성한 거품을 만드는 노예들의 고된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노예들의 일이었으므로 도구의 발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부드러운 음식에 대한 선호가 푸드 프로세서를 탄생시킨다. 푸드 프로세서로 인해서 썰기, 섞기, 갈기, 반죽하기 등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먹기

숟가락의 모양을 결정한 것이 영국의 왕정복고라는 사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부분임이 분명하다. 티스푼의 전 세계적인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음식을 우리의 입에 가져다주는 도구들의 역사를 살핀다. 포크는 그중에서도 가장 늦게 각광을 받은 도구이다. 포크는 놀림감이자 상대를 얕보는 도구였으나 이탈리아에서 파스타가 사랑을 받게 되면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었다. 또한 동양의 젓가락은 서양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온 동양의 음식문화를 대변해준다. 그리고 스포크라는 포크와 스푼의 절충에 대한 이야기로 장을 마무리한다.

얼음

냉장고의 등장으로 부엌의 중심이 드디어 불에서 벗어나 냉기로 이동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는 부엌을 설계할 때에 냉장고의 위치부터 정한다. 냉장고가 발명됨으로써 인류의 식품 보존 기법도 염장이나 건조, 설탕 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음식 보존기법에 대한 노력은 캔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냉기를 가두려는 노력으로 인해서 우리는 신선한 식재료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냉동식품의 등장으로 보다 간편하게 다양한 음식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부엌

요리의 기법이 바뀌고, 최첨단 요리 도구가 등장하여 옛 물건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의 부엌에는 변하는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요리라는 과정이다. 가장 오래된 로스팅 기법이든 최신 유행의 모더니스트 요리든 간에 따뜻한 음식에 대한 우리의 애정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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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전문기자/문화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