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 맑음동두천 13.9℃
  • 맑음강릉 19.9℃
  • 맑음서울 15.1℃
  • 맑음대전 13.9℃
  • 맑음대구 17.6℃
  • 맑음울산 17.1℃
  • 맑음광주 15.4℃
  • 맑음부산 16.4℃
  • 맑음고창 11.9℃
  • 구름조금제주 15.0℃
  • 맑음강화 13.0℃
  • 맑음보은 11.9℃
  • 맑음금산 13.0℃
  • 맑음강진군 11.6℃
  • 맑음경주시 13.5℃
  • 맑음거제 14.5℃
기상청 제공



[푸드 인문학] 먹는 행위는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

나 홀로 미식수업, 저자 후쿠다 가즈야

먹는 행위로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

가라타니 고진을 잇는 사상가이자 문예평론가 후쿠다 가즈야가 책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에 이어 '나 홀로 미식수업'을 출간했다. 전작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에서는 타인과의 의식적인 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식, 즉 먹는 행위’와 ‘미식’에 대해 말하며 먹는 행위를 통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후쿠다 가즈야는 자신의 ‘식食 스타일’을 알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혼자 식사하기’라고 말한다.

혼자 식사를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먹는 행위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면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식사의 이상형이라고 한다면, 그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반드시 혼자서 식사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럿이 식사를 하다 보면 개인의 취향이 무시되고 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관계 때문에 먹고 싶지 않은 것을 어쩔 수 없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능한 한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서 반대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을 끌고 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혼자 먹겠다는 배짱이 필요하다.

이래도 그만이고 저래도 그만인 상대와 함께 있는 것을 그만두고, 혼자 있기 싫다는 이유로 타인과 함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에게 중요한 인간관계도 알 수 있다. 혼자 식사를 해봐야 자신의 식사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혼자 식사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한 번은 통과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나 혼자 식사하는 일은 무척 두려운 일이다.

그런 두려움을 없애고, 혼자 당당하게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우선 혼자 식사하기 좋은 식당을 알려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법, 책과 함께 식사하는 법, 단골손님이 되는 법까지 세세히 녹였다.

먹는다는 것…'나'

‘먹는다는 것, 즉 식食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먹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삶에 대한 자세를 알 수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음식을 소홀히 하는 것, 먹는 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삶을 소홀히 여기는 것과도 같다고도 말할 수 있다. 식食, 먹는 행위를 대하는 저자의 자세는 이렇게나 진지하다.

후쿠다 가즈야는 사람들이 ‘먹는 일’을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 아니라, ‘먹는 일’을 통해서 보다 행복한 하루,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먹는 일이 즐겁기 위해서는 단순히 먹을 것과 먹는 사람만 있다고 될 일이 아니다. 먹는 일에는 장소에 대한 인식, 기회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는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철저하게 인식해야만 ‘먹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미식수업의 첫걸음이다. 먹는 일을 인식한다는 건 ‘자신이 매일 무엇을 먹는가’, ‘먹고 싶어 하는가’에 대해 제대로 된 미학과 스타일을 가지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식을 대하다 보면 자신의 기호와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나 홀로 미식수업'은 먹는 행위를 통해서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고독하지만 행복한 어느 미식가의 食 이야기

미식수업은 무척 체계적이다.

수십 년간 고급 레스토랑에서 선술집까지 여러 종류의 식당을 다니면서 미식의 의미를 찾아내고, 자신만의 식食 스타일을 구축했다.

오랜 시간 저자가 경험한 미식수업을 자세하게 책에 담아냈다.

미식과 미각을 알기 위해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당부터 조금은 부담스러운 고급 레스토랑, 테이블 매너, 식기 사용법, 단골손님이 되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까지 구체적인 미식법을 소개한다.

스스로 식사를 연출해볼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식사를 연출할 줄 알아야 한다. 가게를 선정하고 메뉴를 고르는 일은 미식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일인데, 이는 스스로 식사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연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차분하게 시작할 것인지, 절정은 확 달아오르게 할 것인지, 결말은 깔끔하게 지을 것인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후쿠다 가즈야는 이런 연출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 프렌치 요리라고 한다.

매너의 중요성

테이블 매너란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질서를 지켜 타인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배려의 축적이다.

매너는 식사에서의 규칙이다.

규칙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식사하는 공간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혼자만 식사를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과 식사 장소를 공유한다.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이 혹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다른 사람들이 가능하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불쾌함을 맛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규칙이 필요한 것이다.

먹고 마시며 대화하는 하루하루

미식을 추구하는 사람은 생활도 미식을 위해 설계된다고 한다.

설계도에 포함되는 것은 몇 개의 레스토랑, 고급 요릿집, 요리와 소재만이 아니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 위한 친구와 연인, 만남,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복장, 식사를 만족스럽게 맛보기 위한 건강, 그리고 무엇보다 풍부한 화제가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런 요소들은 생활 전반에 흐르고 있어야 한다.

후쿠다 가즈야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비싼 식재료를 찾는 것이 미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싼 음식은 싼 음식대로, 가벼운 음식은 가벼운 음식대로 고르고 음미해서 한 끼 한 끼가 의미 있는 식사가 되는 것.

이것이 미식이다.

관련 기사

[푸드 인문학] 가식의 식탁에서 허영을 먹는 음식문화

[푸드 인문학]'유기농' '신선한' '깨끗한' 문구로 식품을 치장하지만…

[푸드 인문학] 값싼 음식의 가격표에 가려진 자연·사람·문화의 값비싼 희생



한창호 전문기자/문화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