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양대 기업이자 오랜 라이벌인 CJ제일제당과 대상이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곤충산업에 뛰어들었다.

식용곤충 발굴, 원재료 및 제품 개발 등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식용곤충연구소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연구소와 공동으로 원재료 및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 곤충산업은 2011년 1680억원 규모에서 작년 3039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는 2020년 5363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세계 곤충산업이 2020년 38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것에 비하면 국내 산업은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곤충을 미래 식량으로 지목, 기업의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하고 2011년 '1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최근 2차 육성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식용곤충 산업이 2020년까지 159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CJ제일제당과 대상그룹이 시장 확대와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대상그룹은 식용곤충식 개발·출시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 테스트에 들어갔다. 대상그룹의 곤충산업은 계열사인 정품이 맡는다. 정풍은 대상의 가정간편식, 레토르트, 소스류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정풍은 식용곤충연구소와 함께 갈색거저리(고소애) 유충에서 추출한 단백질 농축액을 넣은 레토르트 스프를 개발했다. 대기업에서 곤충을 활용한 식품을 제품화한 것은 대상이 처음이다. 정풍은 이에 앞서 식용곤충을 다양한 식품 재료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식용곤충연구소와 갈색거저리 유충, 벼메뚜기 등을 원료로 추출, 농축, 분말 등 실험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식용곤충을 활용한 단백질 소재 공동연구와 관련해 양해각서도 맺었다. 이들은 공동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음식에 별도의 제조공정 변화 없이 식용곤충 성분을 넣을 수 있는 '식용곤충가수분해단백질'(액상단백질)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식용곤충식에는 주로 분말이 사용됐지만 식감 등의 문제로 기피하는 사람이 많아 액상 소스로 개발한 것이다.

이를 활용해 만든 첫 제품은 '고소애 스프' 3종으로, 고소애 단백질 농축액을 5% 함유하고 있다. 이 제품은 서울도시농업박람회에서 시제품으로 소개한 바 있으며 패키지 등을 완성해 연내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정풍은 파스타 소스 등 다양한 상품에 식용곤충을 원료로 활용하고 대상과 함께 상품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고단백 영양식이 필요한 환자식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제품 출시보다는 식용곤충 관련 연구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식용곤충 연구는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가 주도하며 문병석 CJ브리딩 대표 겸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장이 이끌고 있다. 연구는 식용곤충연구소와 협력해 진행하며, 식용곤충 대량 생산기술을 우선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제품 생산보다 원료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원료산업이 식용곤충식품 못지 않게 전망이 밝은 만큼 B2B(기업간거래) 시장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CJ제일제당은 제품 생산·판매는 2019년 이후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 이전이라도 식용곤충식 시장이 확대될 경우 라이벌 업체 정풍으로부터 원료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재 정풍과 원료 수급 논의는 식용곤충연구소가 중간자로 나서 대상과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제품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협의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상과 CJ제일제당이 공격적 R&D 투자로 식용곤충 원료 및 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며 "두 회사가 지향하는 지점은 다르지만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해 곤충산업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지영 기자